[북이슈] 지구에 빚진 우리는 채무자들…“지구야, 이자까지 쳐서 갚을게”

‘코로나19’-잦은 대형 산불-기나긴 장마, 기후 변화 위기 징표들…환경운동에 나선 MZ세대

김이슬 기자 | 기사입력 2021/01/06 [08:12]

[북이슈] 지구에 빚진 우리는 채무자들…“지구야, 이자까지 쳐서 갚을게”

‘코로나19’-잦은 대형 산불-기나긴 장마, 기후 변화 위기 징표들…환경운동에 나선 MZ세대

김이슬 기자 | 입력 : 2021/01/0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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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을 앗아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그 뿌리는 어디일까. 환경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지구가 보내는 경고라고. 19만㎢를 태운 호주 산불, 동아프리카 메뚜기떼 공격, 인도의 극심한 가뭄, 뜨거워진 시베리아. 세계 곳곳에서 기후 변화 위기의 징표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아직도 바다 건너 먼 나라 이야기만 같다고? 지난해 장마는 54일간 지속됐다. 당시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 위기입니다”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기도 했다.

 

지구에 큰 빚을 진 우리들은 채무자다. 우물쭈물하다간 지구의 득달같은 빚 독촉에 시달리다 이내 공멸하고 말 것이다. 코로나19보다 더 강력한 전염병이 우리를 집어삼키는 것도 허황된 미래가 아니다. 전염병의 역사를 잠시 훑어봐도 예견할 수 있다. 파괴적인 전염병 이면에는 항상 인간이 있었다.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침팬지를 식용한 이들이 에이즈에 걸렸고, 1976년 콩고 에볼라 강변에서 원시림을 절단하면서 야생동물과의 접촉으로 에볼라에 감염됐다. 환경파괴는 더 이상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일상에 깊이 파고든 생존 문제다.

 

지구의 경고장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녹색연합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1,500명 중 97.7%가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특히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데 큰 의미를 두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가 환경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표하는 데 적극적이다. 이들은 기업에서 진행하는 환경 캠페인에 참여하는 SNS 인증부터 ‘업사이클링(up-cycling. 버려지는 자원을 가공해 새로운 용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운동)’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여서 제로로 만들자는 친환경 운동)’ 등을 주도하면서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직장인 이유진(27) 씨는 유리병을 들고,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알맹상점’을 방문한다. 집에서 챙겨온 유리병에 샴푸와 세제 등을 담고,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차와 대나무 칫솔 등 친환경 제품을 사 간다. 이 씨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환경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됐다.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쓰레기 줄이기부터 하면 좋겠다 싶어 리필스테이션을 찾게 됐다”며 “인천에서 서울까지 온다는 게 쉽지 않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처음 문을 연 ‘알맹상점’은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만 오라’는 모토를 가진 리필 스테이션이다. 가게는 리필 스테이션 이외에도 500여 종의 친환경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커뮤니티 회수센터, 공유센터 등을 운영한다. 환경에 관심 있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행동을 취하는 게 아직 어렵다면, 책을 읽으면서 환경에 대한 가치관을 먼저 다져보는 것도 유의미한 첫 발걸음이다. “인간이란 모름지기 자연의 이자로만 삶을 꾸려야 한다”는 현대 문학계 거목 박경리 선생의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볼만한 책 3권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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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저자 타일러 라쉬)' 표지.  © 사진=알에이치코리아

 

먼저 ‘두 번째 지구는 없다(저자 타일러 라쉬)’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 한국어를 비롯해 8개 국어를 구사하며 방송계 대표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똑똑한 남자)’으로 이름을 알린 방송인 타일러 라쉬의 환경관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환경 보호에 대해 우리가 미래를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착한 일’이라고 명명했다. 전 세계 곳곳에 나타난 기후 위기 징표들과 전문가의 인터뷰로 객관성을 더했다. 특히 환경 문제를 경제적 관점에서 풀어내 인상적이다. 책에 따르면 인류가 지금 같은 속도로 지구 자원을 소비하고 탄소를 배출한다면, 2050년까지 누적 9조 8600억 달러(약 1경 1800조 원)에 달하는 GDP 손실을 입게 된다며 기후 위기의 위험을 상기시킨다.

 

환경 문제를 다룬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친환경적인 형태로 독자들과 만난다. 저자는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만큼 친환경 인증인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를 획득한 종이에 친환경 콩기름 잉크로 인쇄하기를 고집했다. FSC 인증을 받은 제품은 환경, 사회, 경제적 오염을 최소화했다는 뜻이다. 또한,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잉크 사용을 최소화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이는 오랫동안 출판 제의를 받을 때마다 타일러 라쉬가 내건 조건으로 번번이 거절당했으나 이번 출판사와의 합심으로 뜻을 이뤄냈다. 단행본 전체에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한 것은 대중서로서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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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시간과 물에 대하여(저자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 표지.  © 사진=북하우스

 

‘시간과 물에 대하여’는 2019년 8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북동쪽 지역에서 열린 빙하 장례식에서 비롯됐다. 700년 동안이나 화산을 뒤덮고 있던 오크 빙하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빙하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작아지자 추모 행사를 치르게 됐다. 아이슬란드 문학계 대표 작가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이하 마그나손)이 장례식의 추모비를 작성했다. 마그나손은 일련의 이 추모 과정 후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인류가 진정으로 기후 위기에 경각심을 갖고 행동할 것인가. 마그나손은 기후 변화에 대해 집필하기로 했다.

 

‘시간과 물에 대하여’는 책 제목만 보고 관념적인 책이라는 인상을 안긴다. 마그나손은 과학의 언어를 시의 언어로 번역했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최전선에 체감하는 현실적 기후 변화 위기를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기 위해 작정하고 나선다. 환경오염에 대해 직접적으로 따지고 들기보다 인도 신화 ‘베다’ 이야기, 달라이 라마의 티베트와 중국과 인도와 히말라야산맥 이야기, 생물학자였던 외삼촌 존과 멸종 위기에 처한 악어 이야기, 죽은 빙하 이야기, 사라진 것들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저 들려주며 독자들을 구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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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저자 홍수열)' 표지.  © 사진=슬로비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는 일명 ‘쓰레기 박사’로 알려진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홍수열이 집필했다. 최근 코로나19로 택배와 배달음식 주문이 급증하면서 쓰레기 배출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택배 상자에 붙어있는 테이프와 배달음식 그릇을 덮은 랩은 재활용이 가능한 분리배출 비닐일까, 일반 쓰레기일까. 앞선 질문에 고개를 살짝이라도 갸웃하게 된다면, 쓰레기 분리배출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이 책을 집중해서 보면 좋겠다. 저자는 책을 통해 헷갈리는 품목별 분리배출 방법을 일러주며, 종국에는 쓰레기 줄이기, 익숙한 소비방식에 제동 걸기 등을 제안한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는 재활용을 위한 분리배출 안내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저자는 ‘재사용 우선 원칙’을 강조한다. 재활용 또한 녹이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결국 쓰레기로 전락하기 때문이란다. 홍 원장은 소비자만 열심히 한다고 ‘제로 웨이스트’를 완성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상품을 생산해내는 기업이 앞장서줘야 한다고.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을 가졌던 독자라면, ‘제로 웨이스트’ 입문서로 제격이다. 쓰레기가 돌아가는 국내 사정부터 차근히 살펴볼 수 있다.

 

[도서정보]

도서명: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저자: 타일러 라쉬

출판: 알에이코리아. 208쪽. 1만4천원. 2020.07.15.

 

[도서정보]

도서명: 시간과 물에 대하여

저자: 안드리 스나이어 마그나손

출판: 북하우스. 376쪽. 1만7천원. 2020.12.07.

 

[도서정보]

도서명: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저자: 홍수열

출판: 슬로비. 208쪽. 1만6천원. 2020.09.28

 

[북라이브=김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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