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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21세기 구보씨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

이용재 기자 | 기사입력 2021/11/15 [13:51]

[북리뷰] 21세기 구보씨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

이용재 기자 | 입력 : 2021/11/1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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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저자 정지돈) 표지  © 사진=이용재 기자


여담이지만 작가가 되는 데 가장 필요한 재능은 ‘착각’이다. 문장력이 좋거나 머리가 좋거나 인내심이 있거나 책을 좋아하거나 기타 등등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시인이나 소설가가 될 수 있다, 라는 착각이다. 이건 굉장히 슬픈 지점이다. 만약 작가를 만드는 요인이 남다른 언어 감각 같은 실질적인 재능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착각과 자신감이라면, 많은 작가들이 왜 그렇게 덜되어먹은 건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뭔가를 해내는 인간들의 성취 중 많은 경우가 단지 자기 확신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은 세상이 왜 이렇게 엉망인지 알려주는 것 같다. 자기 확신은 완벽한 픽션인데, 사실 인간은 픽션적 존재고 세계(역사)는 픽션의 실현과 재현의 교차로 이루어지므로 픽션에 대한 확신이 그것을 실현시켜주는 원동력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위 글은 2020년 2~9월까지 문학동네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된 원고를 바탕으로 한 책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에 수록되어 있는 문단이다. 이 책은 위와 같이 정지돈 작가의 생각이 많이 담겨 있는 에세이 도서이다. ‘2018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할 만큼 건축·미술계의 관심도 받고 있는 정지돈 작가가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을 담은 ‘산책에세이’ 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많이 나오는 등장인물은 실제 친구이자 서평가,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금정연과 오한기 이다. 친구와 실제로 나눈 대화, 작가의 일상이 그대로 담겨있어(심지어는 작가가 본 드라마 제목까지 담겨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음에 작가와 만나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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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저자 정지돈) 목차  © 사진=이용재 기자

 

이 책의 부제(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나 표지(사진참조)를 보면 하나의 여행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하지만 이 글의 시작은 ‘구보씨’였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21세기 버전 에세이가 이 도서의 컨셉이다. 단순한 산책기, 여행기가 아님을 첫 장만 읽어도 알 수 있다. 미술, 건축, 역사에 관해서도 작품활동을 해온 정지돈 작가이기에 가능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 이 쯤 되면, 21세기 도시 산책자는 서울과 파리를 걸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서울, 파리를 걸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어느 도시를 산책했더라도 훌륭한 책이 탄생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뭔가를 겪고 나면 자신이 그걸 아주 잘 아는 것처럼 군다. 파리를 일주일 여행한 사람보다 석 달 체류하고 온 사람이 더 잘 알고 석 달 체류한 사람보다 유학한 사람이 더 잘 알며 박사과정을 마치고 온 사람보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더 잘 안다는 식이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정연씨가 나보다 서울을 더 잘 안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중요한 건 어떤 종류의 경험이냐는 것(어떤 서울이냐는 것)이다. 추상적인 의미에서의 경험은 백해무익하다. 

 

어딘가에 가지 않았을 때, 그 곳에 대해 더 잘 안다고 이야기 하는 정지돈 작가의 글이다. 책을 읽다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흘러나온다. 물론 글의 중간 중간에 많은 다른 작품들의 내용이 인용되어 있어, 그저 가볍게만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저자가 좋아하는 것처럼 출근길 지하철, 여행가는 버스나 기차에서 혹은 한강에 앉아 사색하며 읽어 보는 것은 어떨까 추천해본다.

 

 

[도서정보]

도서명: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지은이: 정지돈

출판: 문학동네, 272쪽, 1만4천원, 2021.09.30

 

[북라이브=이용재 기자]

북라이브/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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