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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감정에 솔직한 것이 ‘비정상’인 시대, 책 ‘아몬드’

책 ‘아몬드’ 리뷰

김영호 기자 | 기사입력 2021/11/15 [13:56]

[북리뷰] 감정에 솔직한 것이 ‘비정상’인 시대, 책 ‘아몬드’

책 ‘아몬드’ 리뷰

김영호 기자 | 입력 : 2021/11/1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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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몬드는 ‘비정상’적인 소년들의 성장기를 다룬다.  © 사진=김영호 기자


한국에서는 ‘감정’을 쉽사리 드러내는 것을 경솔한 일로 치부한다. 무엇이든 참고 절제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것이다. 우리는 기쁨을 참는 사람을 진중한 사람, 슬픔을 참는 사람은 어른스러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감정’은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을 말한다. 책 ‘아몬드’의 주인공 윤재는 이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몸으로 태어났다. 의사들은 그에게 ‘감정표현불능증’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주고, 그의 머릿속을 찍어댄다. 그의 어머니는 아몬드가 편도체의 발달에 좋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는, 삼시세끼 그에게 아몬드를 준다.

 

아이는 100일이 지나면 웃는 모습을 보인다. 사실 아이들일수록 감정에 솔직하다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감정에 솔직해야 할 ‘아이’인 윤재에게 감정이 없다는 것은 그를 보통 아이들과 조금 ‘다른’ 아이라는 시선을 심어주기 충분한 사실이었다. 

 

윤재의 엄마는 그런 윤재에게 ‘감정’을 가르쳐 주려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은 수능을 공부하는 학생들처럼, 기출문제를 공부하는 형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고마워’라는 말을 해야 하며, 저런 상황에서는 ‘미안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 방법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윤재의 16번째 생일, 크리스마스이브였다. 비극적인 사고로 그는 가족을 잃는다. 할머니는 윤재를 지키려다 괴한의 칼에 찔려 숨을 거두었고, 어머니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아 식물인간이 되었다. 그 괴한은 경기 불황으로 회사에서 잘려, 3년 동안 집안에서만 지낸 사람이었다. 윤재는 이 모든 일을 ‘언제나처럼, 무표정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윤재의 곁에 ‘곤이’라고 불리는 소년이 나타난다. 놀이동산에서 엄마의 손을 잠시 놓친 사이, 곤이는 13년간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되었다. 그런 영향인지, 그는 분노로 가득 찬 아이로 자랐다. 그는 윤재를 괴롭히고, 윤재에게 화를 쏟아내지만 동요하지 않는 윤재를 보며 속에서부터 무언가 변해감을 느낀다.

 

“그러니까 브룩 실즈는 젊었을 때 알고 있었을까? 늙을 거라고. 지금이랑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이 들어 있을 거라는 거. 늙는단 거, 변한다는 거, 알고는 있어도 잘 상상하진 못하잖아.”

 

- 책 ‘아몬드’ 中, 곤이의 말

 

“자란다는 건, 변한다는 뜻인가요?”

“아마도 그렇겠지. 나쁜 방향으로든 좋은 방향으로든.”

 

-책 ‘아몬드’ 中, 윤재와 심 박사와의 대화

 

윤재와 곤이는 서로를 계기로 조금씩 변해간다. 윤재는 곤이를 더 알고 싶어 하며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고민한다. 곤이는 성격이 점점 누그러지며 윤재의 사정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점점 갇혀있던 마음속에서 빠져나오려는 모습을 보인다. ‘괴물’이라고 불리던 두 소년이 조금씩 자라며 서로에게 의미를 준다.

 

직선을 그려놓고 그 가운데를 ‘보통’ 사람이라고 쳐보자. ‘보통’ 사람은 감정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다. 화가 나도 체면, 장소, 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해 일단 참는다. 곤이는 오른쪽 끝에 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참을 생각이 없다. 그런 곤이는 책 속에서 ‘문제아’라고 불리고, 독자들의 눈에도 철없는 아이의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윤재는 왼쪽 끝에 있다. 그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할머니가 죽었을 때 어땠냐’는 질문에 ‘아무렇지 않았어’라고 솔직하게, 조금은 차갑게 대답하다. 그러나 그는 ‘감정’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거의 없다. 슬픔도, 기쁨도 희미하다. 윤재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눈을 깜빡이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다. 윤재와 곤이의 공통점은, 자신의 진심을 숨기지 않고 모두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 ‘진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는 것이 윤재와 곤이를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난 괴물로 보이게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윤재의 어머니는 윤재를 보통 사람처럼 키우고 싶어 그에게 감정을 주입식으로 교육했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은, 사실 껍데기만 있을 뿐이다.

 

분명한 건, 엄마와 할멈이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할멈은 영혼과 육신이 모두, 엄마는 껍데기만 남은 채로. 이제 내가 아닌 누구도 두 사람의 인생을 기억하지 못할 거다. 그러므로 나는 살아남아야 했다.

 

- 책, ‘아몬드’ 中

 

감정은 뇌의 작용이지만, 우리는 이를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작용으로 믿는다. 더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감정을 영혼이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살아온 사람들은 영혼이 없는 ‘껍데기’나 마찬가지다. 마치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아 식물인간이 된 윤재의 엄마처럼.

 

책 ‘아몬드’의 주인공 윤재를 할머니는 역설적인 표현으로 ‘우리 예쁜 괴물’이라고 부른다. 윤재는 독자들에게 ‘진심’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감정이 없는 사람을 통해, 우리는 역설적으로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가면을 쓰고, 속에 있는 생각을 감추기만 했을까. 가끔은 껍데기 속에 있는 말들을 상대방에게 전하는 것이, 관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껍질과 함께 먹을 때 더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아몬드’처럼 말이다. 

 

[도서정보] 

도서명: 아몬드

지은이: 손원평

출판: 창비, 233쪽, 1만원, 2017.03.31.

 

[북라이브=김영호 기자] 

북라이브 /
김영호 기자
zerofive@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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