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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어원은] 알고 보면 같은 어원? ‘거들먹거리다’와 ‘거덜 나다’

‘거들먹거리다’와 ‘거덜 나다’의 어원

김영호 기자 | 기사입력 2021/11/19 [10:08]

[너의 어원은] 알고 보면 같은 어원? ‘거들먹거리다’와 ‘거덜 나다’

‘거들먹거리다’와 ‘거덜 나다’의 어원

김영호 기자 | 입력 : 2021/11/1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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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시에서 재현한 정조대왕 능행차  © 사진=수원시


‘거들먹거리다’는 ‘신이 나서 잘난 체하며 자꾸 함부로 거만하게 행동하다’라는 뜻이다. ‘거덜 나다’는 ‘완전히 없어지거나 결딴나다’라는 뜻이다. 이 두 단어는 의미가 서로 다르지만, 알고 보면 그 어원은 같은 단어들이다.

 

휴대전화를 2년 사용하면 새로운 휴대전화를 사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이왕 새로 사는 거라면, 최신형 휴대전화로 바꾸고 싶은 것이 사람의 욕구다. 하지만 요즘은 휴대전화를 사는 것으로 쇼핑이 끝나지 않는다. 휴대전화를 사면 이에 어울리는 무선 이어폰, 그리고 케이스와 스마트 워치까지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흔히들 우리는 ‘살림이 거덜 난다’라고 말한다. ‘거덜 나다’는 이처럼 재산이나 살림이 없어진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거덜 나다’의 어원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조선시대에는 사복시라는 관청에서 가마나 말을 관리했다. 여기서 일하는 하인, 관노비를 ‘거덜’이라고 불렀다. ‘거덜’은 신분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들은 주로 말을 돌봤는데, 높은 사람의 행차가 있으면 맨 앞에서 길을 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거덜’은 신분은 비록 하인이지만 행차 때는 높은 사람들을 모신다는 우월감에 몸을 과하게 흔들며 걸었다고 한다. 이 흔들거리는 모습에서 ‘재산이나 살림이 흔들려 결단 나다’라는 의미가 생겨 지금의 ‘거덜 나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전해진다.

 

몸을 과하게, 위태로워 보일 정도로 몸을 흔드는 거덜이지만 실상 그의 처지는 종 신분이었다. 이에 빈털터리가 된 사람을 흔들대는 거덜에 비유하여 ‘거덜 나다’라는 표현이 생긴 것이다.

 

조선 말기 영의정을 지낸 이유원은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에 대한 감상을 ‘임하필기’에서 전한다. “밤이면 밤마다 권마성이 들려오기도 하고, 때로는 나귀 방울 소리가 나기도 하며 때로는 경마잡이가 말을 차며 일어나는 모습과 말을 뒤따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권마성’이란 임금이 나들이할 때 거덜이 큰소리로 외치는 호령이었다. 사극에 등장하는 “물렀거라! 상감마마 행차시다!”라는 대사가 바로 권마성이다. 

 

거덜은 행차의 위엄을 더하며 구경꾼들을 막기 위해 큰 소리를 수시로 냈다. 사람들은 권마성을 들으면 걸음을 멈추고,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가마가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했다. 권마성은 권위를 과시하는 행위로, 고위 관리나 지방 수령들도 행차할 때 따라했다고 한다.

 

그러면 고위 관리의 하졸들도 덩달아 신이 나서 권마성을 외치며 종종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 모습에서 ‘신나서 잘난 체하며 함부로 거만하게 행동하다’를 가리키는 ‘거들먹거리다’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종로에 있는 ‘피맛길’은 말(馬)을 피(避)하는 길이라는 뜻이다. 거덜이 ‘거들먹거리는’ 꼴을 보기 싫은 사람들이 행차가 끝날 때까지 피하던 곳이니, 당시 거덜들에 대한 거부감이 어땠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사또가 임지로 향할 때 길거리에서 권마성을 너무 요란스럽게 하는 일은 마땅치 못하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권력이 있는 사람과 친분이 있으면 자랑하고, 이를 과시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거덜들이 위엄은 있되, 조금 더 정중하게 행동하였으면 ‘거덜 나다’와 ‘거들먹거리다’의 뜻은 바뀌었을까? 우리는 지금 사회에서도 ‘거덜’처럼 행동하지 않도록 처신을 잘해야 할 것이다.

 

[북라이브=김영호 기자]

북라이브 /
김영호 기자
zerofive@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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