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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200년 전 도스토옙스키가 건네는 조언

서울대 노어노문과 박종소 교수와 함께하는 대산문화재단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 교보인문학석강

김정연 기자 | 기사입력 2021/11/22 [11:23]

질병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200년 전 도스토옙스키가 건네는 조언

서울대 노어노문과 박종소 교수와 함께하는 대산문화재단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 교보인문학석강

김정연 기자 | 입력 : 2021/11/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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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박종소 교수의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 교보인문학석강이 지난 17일(수) 대산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됐다.  © 사진=대산문화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

 

지난 11월 11일은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인물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날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등 19세기 러시아의 과도기적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세기의 명작을 남긴 인물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속 등장인물과 배경을 통해 우리는 당시 러시아의 시대적 분위기를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도스토옙스키는 어떠한 인생을 살아왔기에 시대의 불합리함과 복잡한 인간의 모습을 이토록 현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일까.

 

지난 17일(수) 대산문화재단은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을 맞이해 박종소 서울대 노어노문과 교수를 초청해 교보인문학석강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읽기: 질병의 시대를 향한 예언′을 개최했다. 이번 강연은 △전기론 △시대론 △주제론의 3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대산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강연에 대해 ″고독한 질병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도스토옙스키는 밝고 행복한 내용보다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작품을 다수 창작해내며, 인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고통이나 연민 등의 감정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200년 전 도스토옙스키가 살던 시대보다 매우 발전된 모습을 하고 있는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고통의 상황이 반복된다.

 

이에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사회의 이면이 단지 19세기 러시아의 상황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와도 충분히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의 대문호로서 존경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렇게 러시아에서는 그와 관련된 장소를 박물관으로 구성하거나, 탄생일에 맞춰 곳곳에 동상을 세우는 등의 방식으로 그를 기린다. 그만큼 도스토옙스키의 지난 행보가 러시아 사람들에게 있어서 큰 희망과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도스토옙스키 작품은 1860년대부터 1880년대까지 러시아의 변혁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는 그가 비판적 사실주의, 그리고 실존주의를 추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 △죄와 벌 △악령 등에는 당대 민중들과 인텔리겐치아 즉, 지식인들이 겪어야 했던 이념적 갈등이 대두됐던 사회적 분위기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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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노어노문과 박종소 교수는 도스토옙스키의 인생과 그의 작품을 기반으로, 19세기 혼란스러웠던 러시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 사진=대산문화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

 

소설 속 고달픈 민중의 삶처럼 실제 도스토옙스키의 젊은 시절 역시 순탄치 못했다. 청소년기에 부모를 잃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며 도박에 빠지기도, 간질로 고통의 시간을 지나기도 한다.

 

한편 당시 러시아는 표트르 대제에 의해 수도가 모스크바에서 페테르부르크로 천도된 상황이었다. 표트르 대제는 강압적인 정책을 펼쳤고, 민중은 고달프고 가난한 삶을 살아야 했다. 도스토옙스키 또한 같은 아픔을 겪어온 인물이기에 황실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결국 그는 당시 러시아 황실에 반발하던 ′페트라쉐프스키 모임′에 연루되어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하지만 사형이 집행되기 직전에 취소됐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는 당시 느꼈던 감정을 소설 ′백치′ 속 등장인물에 투영시키며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그에게 목숨이 붙어 있을 시간은 5분 정도밖에 없었던 거지요. 이 5분이 그에게 있어서는 무한대의 시간이고 엄청난 재산처럼 여겨졌다고 그는 술회했어요. (중략) 그는 남아 있는 5분 동안에 해야 될 일을 정리했던 거지요. (중략) 만약 내가 죽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생명을 다시 찾는다면...... 그것이 영원이 아닐까!

-책 ′백치′ 중에서

 

△백치 △가난한 사람들 △죽음의 집의 기록 △노름꾼 등 그의 거의 모든 작품에는 자전적인 생각, 혹은 경험에서 비롯된 내용이 많다. 도스토옙스키의 순간적 경험은 곧 영감이 되어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 탄생했고 그 것이 오늘날까지 전해져, 결국 그의 모든 순간은 영원이 되었다.

 

니콜라이 1세의 강압 통치 이후, 알렉산드르 2세는 농노제 폐지 및 토지개혁 등으로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개혁을 시도했다. 그럼에도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지속됐고, 러시아 전체가 극심하게 분열되며 혁명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19세기 중반 러시아에는 푸리에의 공상적 사회주의가 퍼져나갔다. 이는 주로 러시아의 전제정치와 농노제 등을 비판하며 변혁을 시도하는 시대적 사상이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를 소설 ′죄와 벌′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박종소 교수는 도스토옙스키가 불합리한 현실을 그대로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비판적인 시각도 함께 비추고 있다고 전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렇게 예견할 수 없는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사회적 질병의 징후를 발견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인생의 전환점이 된 ′페트라쉐프스키 사건′ 이후 폭력의 길로 치닫는 러시아를 멈춰 세우기 위한 창작 활동을 했습니다. 즉, ′폭력의 길은 인간을 행복으로 이끌지 않는다′는 내면적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죠.″

 

다음으로 박 교수는 모스크바 농과대학의 혁명 지하 동아리 조직의 이탈자를 집단 살해했던 ′네차예프 사건(1896)′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을 소개했다. 이번 책은 뾰또르 베르흐벤스키와 샤또프 등의 인물을 통해 △정치적 나할리즘 △슬라브주의자 △인신사상 △허무주의 등의 당시 러시아에 존재했던 여러 변증법을 다루고 있다.

 

′변증법′이란 모순 또는 대립으로 사물의 운동을 설명하고자 하는 논리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우스운 자의 꿈 △죄와 벌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도스토옙스키는 이러한 ′변증법′에서 벗어나, 모두의 개성을 중시하고 그러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러한 도스토옙스키의 끊임없는 러시아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깊은 사유 및 경고의 목소리는 결국, 현재 그가 ′러시아의 정신적 스승′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박 교수는 강연을 마치며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 △평등 △정의 △공동체 등의 이념도 이데올로기 취급을 하고 있으며, 서로 간의 혐오 또한 증가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도스토옙스키의 예언자적인 시선이 우리 시대를 향한다면 어떤 말을 건넬지 궁금함을 표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여전히 우리는 고립되어있고, 개별화된 질병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타자와 공동체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비판, 해결의 씨앗을 품고 있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배운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번 강연에서 우리는 도스토옙스키가 자신의 문학 작품을 통해 당시 사회의 문제점을 찾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배웠다. 점점 냉담해져가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제 그가 행했던 과정을 이어 나가야 할 차례다.

 

[북라이브=김정연 기자]

북라이브/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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