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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어원은] 쥐뿔? 개뿔? 왜 ‘뿔’일까?

‘쥐뿔’과 ‘개뿔’의 어원

김영호 기자 | 기사입력 2021/11/24 [19:07]

[너의 어원은] 쥐뿔? 개뿔? 왜 ‘뿔’일까?

‘쥐뿔’과 ‘개뿔’의 어원

김영호 기자 | 입력 : 2021/11/2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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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뿔이 없는 동물에게 우리는 왜 '뿔'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쓸까?  © 사진=김영호 기자


뿔이 있는 동물은 드물다. 염소, 사슴, 소, 코뿔소, 양 등 특정 동물에게만 자라나는 것이 뿔이다. 그런데 우리는 ‘양뿔’, ‘사슴뿔’이라는 말은 자주 사용하지 않으며 ‘쥐뿔’, ‘개뿔’이라는 말은 자주 사용한다. 뿔도 없는 동물들에게 왜 우리는 ‘뿔’이라는 말을 붙여서 사용하는 걸까?

 

‘쥐뿔’이란 아주 보잘것없거나 규모가 작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쥐뿔도 모른다’라는 말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이다. 한편 ‘개뿔’은 별 볼일 없이 하찮은 것을 경멸하는 태도로 속되게 이르는 말을 뜻한다. ‘있으나 마나 한 것’을 말하기도 하며, ‘개뿔도 아니다’라는 말은 특별히 내세울 만한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쥐뿔과 개뿔은 주로 보잘것없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사용된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개와 쥐는 뿔이 없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쥐뿔’과 ‘개뿔’은 어디서 나온 말일까? ‘쥐뿔’에 관해서는 먼저 몇 가지 이야기가 구전된다.

 

어느 집에 몇백 년 묵은 쥐가 한 마리 살고 있었다. 하루는 주인이 외출을 준비하다 잠깐 화장실에 가느라 갓을 벗어 문간에 두었는데, 그사이에 쥐는 그 갓을 쓰고 주인으로 변장하였다. 

 

화장실에 다녀온 주인은 갓이 없자 이를 찾으러 방으로 들어갔는데, 방에는 자기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부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주인은 이에 놀라 변장한 쥐에게 호통을 쳤지만, 주 역시 맞받아서 호통을 쳤다. 그들은 서로를 관가에 고소했다.

 

사또는 부인을 가운데 세워두고 부인에게 물었다. “남편을 알아볼 만한 표식이 없는가?” 이에 부인은 남편의 성기에 사마귀가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검사해보니 두 사람 모두에게 사마귀가 있었다. 

 

사또는 이에 집의 세간살이에 관해 물었으나 진짜 남편이 대답하지 못해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주인은 산에서 불도를 닦다가 한 스님의 도움으로 고양이 한 마리를 가져와 변장한 쥐를 물리쳤다. 사람들은 이에 부인에게 “쥐좆도 몰랐소?”하며 비웃었다고 한다.

 

쥐의 변신을 통해 진가를 구별하는 이야기에서 유래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사람을 보고 조상들은 ‘쥐좆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쥐뿔’은 아마 ‘쥐좆’이 어감상 사용하기 어려움이 있어 변화한 형태일 것이다. (한국민속문화대백과사전, ‘쥐뿔도 모른다’) 혹자는 ‘쥐 불알’을 의미하는 ‘쥐불’이 ‘쥐뿔’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인 ‘조선어사전’에는 ‘쥐불알같다’라는 말이 등재되어 있다. ‘불’은 명사로 음낭, 혹은 불알의 준말이다. 때문에 ‘쥐불알같다’의 ‘쥐불’이 ‘쥐뿔’로 변하였다고 봐도 영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성기’와 관련된 단어라는 점에서 ‘쥐좆’이 ‘쥐뿔’이 되었다고 보는 관점과 비슷한 관점이다.

 

그렇다면 ‘개뿔’은 어디서 나온 말일까. 국립국어원에서는 ‘개뿔’의 정확한 어원 정보가 없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여러 추측이 존재할 뿐이다.

 

먼저 ‘개뿔’이 ‘쥐뿔’이라는 말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원래 사람들이 사용하던 ‘쥐뿔’도 없다는 말이 자주 보는 동물인, 그리고 비속어인 ‘개’와 만나 ‘개뿔’이라는 형태로 바뀐 것이다. 그러므로 둘의 사전상 의미는 비슷하다.

 

다른 한 가지는 ‘계불’이라는 제례용어가 변형되어 ‘개뿔’이 되었다는 설이다. ‘계불의식’은 부정을 씻기 위한 목욕재계로, 기원전 8,000년 경 ‘유인씨(有因氏)’가 후대에 전했다는 의식이다. 삼국유사에는 이와 비슷한 말로 ‘계욕’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계불’은 자연에 인간의 반성을 고하는 신성한 제의였다. 그러니 ‘개뿔도 모른다’는 말은 ‘계불 의식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 혹은 ‘무식한 놈’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개뿔’과 ‘쥐뿔’은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분이 나쁠 수 있는 발언이다. ‘돈도 없으면서 그렇게 돈을 펑펑 쓰면 되겠냐’라는 말을 ‘개뿔도 없으면서 돈을 펑펑 쓰면 되겠냐’라고 바꾸어 말하면 바로 기분 나쁜 욕설이 되어버린다. 어원은 재밌지만, 이 단어들은 그냥 재미로만 보도록 하자.

 

[북라이브=김영호 기자]

북라이브 /
김영호 기자
zerofive@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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