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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우연한 계기로 만난 강아지와의 특별한 이야기, ′귀농멍 위키와 나′

택배 청년이 학대받던 강아지를 구출하고, 그렇게 시작된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

김정연 기자 | 기사입력 2021/11/25 [10:27]

[북리뷰] 우연한 계기로 만난 강아지와의 특별한 이야기, ′귀농멍 위키와 나′

택배 청년이 학대받던 강아지를 구출하고, 그렇게 시작된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

김정연 기자 | 입력 : 2021/11/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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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귀농멍 위키와 나(저자 한태훈, 한위키)′ 표지  © 사진=김정연 기자

 

시간이 흐르며 동물 생명권에 대한 인식 또한 두드러지게 되었다. 그렇게 동물은 가족 구성원의 일원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여겨지며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의 ‘반려’라는 단어를 더한 ‘반려동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과거에는 집에서 함께 사는 동물을 대부분 ′애완동물′이라 칭했다.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사육하는 동물′이라는 의미의 ′애완동물′에는 인간중심적 사고가 드러난다. 하지만 현재 사회는 단순히 귀엽고 예쁜 동물에게서 즐거움만을 찾기보다, 그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동물을 좋아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개인적인 이유 및 선호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동물은 하나의 생명체로서 존중돼야 함은 마땅하지만, 아직 사회 곳곳에는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현실을 에세이 ′귀농멍 위키와 나′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 한태훈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동물을 키워본 적도, 좋아해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그랬던 그가 우연히 키우게 된 강아지를 반려견을 넘어 아들로 여기게 될 만큼 넘치는 사랑을 주게 된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했던 동물 학대와 관련된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2013년 저자는 택배업을 본업으로 삼게 된다. 택배업은 상당히 높은 업무 강도를 가지고 있는 직업 중 하나인데, 그 중에서도 재래시장 부근 택배 업무는 일이 배로 힘들어 기피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당장 먹고살기조차 어려웠던 상황이었던 저자는 재래시장 배송을 맡게 된다.

 

수백 개의 점포가 모여있는 시장에서 택배를 배송하는 일은 그에게 고단함과 피로, 그리고 우울감을 안겨줬다. 그럼에도 점차 업무에 적응할 수 있었고, 열심히 일한 만큼 그의 일상도 점차 안정되어 이사도 했다.

 

퇴근 후 집에서 편히 쉬고 싶었지만, 이웃집 강아지 짖는 소리가 너무 심했다. 고단한 일을 마치고 온 저자는 매일 반복되는 강아지 짖는 소리에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그러던 중 2013년 어느 날 밤 또 다시 반복되는 강아지 짖는 소리에 결국 그는 폭발했고, 소리의 근원지로 찾아간다. 이웃집 문이 열리자 방안에서 집주인 남자가 골든리트리버를 마구 때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침 그 집에 함께 살고 있던 여자는 과거 저자와 같이 아르바이트했던 외국인 유학생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강아지를 때리는 사람은 여자의 남자친구인데, 둘이 싸울 때마다 남자가 함께 키우는 골든리트리버 위키에게 애꿎은 화풀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릴 수가 없었다며 대신 미안해하는 여자에게 주의를 주고 뒤돌아섰지만, 집 안의 남자는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 순간 저자는 우발적으로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와 버렸고, 학대받던 강아지 위키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된다.

 

만약 우리가 길을 걷던 중, 날아오는 농구공에 머리를 맞았다고 생각해보자. 이유 없이 공을 맞았다는 억울한 감정과 함께 머리에 상당한 아픔이 느껴질 것이다. 그 뒤 우리는 공을 찾으러 온 주인에게 ″공에 머리를 세게 맞았어요. 사람 다니는 곳에서는 좀 주의하세요.″ 라는 말을 하고, 상대방은 사과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말이라도 내뱉어 직접 느낀 아픔을 상대방에게 표현하며 정당하게 대응할 수 있다. 하다못해 날아오는 공을 피할 수라도 있다. 하지만 위키는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폭력을 가해 아픔을 주는 사람이 자신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사람에게 말을 할 수도, 피할 곳도 없으니 그동안 위키는 아프니까 때리지 말아 달라는 의사를 짓는 표현으로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안타깝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이 사연은 당연히 위키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수백, 수천 마리의 또 다른 위키가 학대당하며,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후 저자는 위키를 하루만 맡아주기로 했다. 방 구석구석 오줌과 똥을 누고, 벽지와 장판을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만들어놓는 위키에 당황스럽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저자는 점차 위키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날이 밝았지만 주인 여자는 위키를 더 맡아달라고 하고, 심지어 위키도 원래 자기집으로 들어가길 거부하며 저자의 집으로 성큼 뛰어가 버린다. 그 모습에 저자는 마음을 굳히고 주인의 동의하에 정식으로 위키와 함께 살게 됐다. 앞서 나온 것과 같이 저자는 당시 택배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래서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느 때처럼 저자는 늦은 오후에 퇴근해 집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 앞에는 위키가 힘없이 누워 있었으며 주변에 혈변과 구토 흔적이 가득했다. 급하게 동물병원으로 달려가 검사를 진행했고, 위키가 ′파보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라는 설명을 듣게 된다.

 

파보바이러스는 동물에게 나타나는 일종의 장염과 같은 질병으로, 치료가 늦어지면 인간이 장염에 걸렸을 때와는 다르게 생명에 큰 지장을 줄 정도로 위험하다. 이에 의사는 더 이상 살 가망이 없다는 말을 전하지만, 저자는 주머니를 털어 가능한 모든 치료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위키가 병원에 입원한 초기에는 상태가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저자의 간절한 부탁에 병원 의료진 또한 위키를 포기하지 않았고, 저자는 일이 끝나는 매일 밤 병원을 찾아가 위키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기적이 찾아왔다. 병원에서도, 인터넷에서도 파보바이러스가 심각한 경우에는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지만, 위키는 이겨내 결국 음성을 판정받고 퇴원한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온 위키는 이후 심장사상충, 네 다리가 마비되어 걷지 못하는 중증근무력증에도 걸려 계속 아파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웃집에서 위키를 데리고 나온 날, 그리고 아파 축 처져 있으면서도 자신만을 바라보던 위키를 돌보며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 한위키로 그의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렸다.

 

저자는 본업만으로도 힘들었지만, 위키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이런 저자의 사랑과 노력을 알아챈 것일까. 위키는 마비를 이겨내 한 발짝 씩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재활을 마친 뒤 저자와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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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인에게서 얻은 학대 트라우마로 사람을 무서워하던 강아지 위키가 저자를 만나고 난 뒤, 사람을 좋아하는 강아지로 변했다.  © 사진=김정연 기자

 

회사 동료들은 친절했다. 저자가 일하는 동안 회사 건물 옥상에 위키를 데려올 수 있게 해주었고, 틈틈이 돌봐주었다. 그 와중에도 위키는 매일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며 아빠가 오길 기다렸다. 저자는 위키가 더 이상 외롭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점차 간절해졌고, 고민 끝에 귀농행을 결정한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위키와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귀농하기로 마음먹은 시점부터의 귀농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들 또한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굳은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을 전한다.

 

평소 게으르고 추진력이 없었다고 밝히는 저자이지만, 위키로 인해 그는 180도 바뀌었다. 귀농을 위해 택배 일은 그만두게 되면서 3달간 인수인계해야 했고, 동시에 귀농 준비를 병행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 와중에도 열심히 공공기관을 찾아다니고 교육받으며 정보를 얻는 등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갔다.

 

몇몇 도시가 예정지로 간추려졌다. 저자는 그중에서 건강하지 못한 위키의 상황과 이후 여러 조건을 함께 고려해 위키와 함께 살게 될 새로운 곳으로 ′경상북도 예천′을 선택한다.

 

많은 어려움 끝에 적정한 위치의 집과 땅을 빌렸고, 그렇게 위키와 본격적인 귀농생활을 시작했다.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재배하는 꽃의 종류도 더 늘리고, 사과 농사도 짓는 등 그는 전원생활에 점차 적응해나갔다.

 

물론 위키도 매 순간 함께했다. 바쁜 하루에도 위키와의 시간은 절대 빼먹지 않았다. 매일 아침 숲길을 산책하고 계곡물에서 물장구치고 놀며 그동안 많이 외로웠을 위키의 마음을 채워주려고 노력했다.

 

어느 날 대형견 견주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던 중 자신의 이야기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저자는 ′1인 1멍 귀농 1주년′이라는 제목으로, 자신과 위키가 만나게 된 사연과 귀농생활을 하고 있는 이야기를 올린다.

 

해당 글은 단기간에 화제가 되어 각종 사이트와 포털에 공유되는 등 그와 위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 전해진다. 또 방송국이나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까지 들어왔고 위키는 한순간에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게 된 ′인싸견′이 되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된 위키지만, 그 기간이 길지는 않았다. 어느 날부터 위키가 여기저기 계속 부딪히는 등 사물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병원에서 검사했지만, 위키의 머리에 뇌종양이 퍼질 대로 퍼져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결과를 듣는다. 저자는 그동안 많은 병들로 위키가 아파했던 날들을 알기에 마지막 남은 시간이라도 행복하게 살다 가게 하고 싶었고 집에서 요양시키기로 한다.

 

당시 그는 돈이 별로 없는 상황이었는데 위키를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의 후원으로 막대한 병원비도 무사히 낼 수 있었다. 이후 위키를 위해, 그리고 위키를 사랑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을 위해 인터넷이나 오프라인으로 간간이 소통했고, 투병하는 와중에도 위키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2019년 11월 6일 위키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계속 마음의 준비를 해오고 있던 저자였지만, 위키가 떠난 순간 세상이 무너질 듯 가슴이 아팠다. 위키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에도 그는 예천 집으로 돌아가기 힘들었다. 그래도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계기가 되어줬던 위키를 떠올리며 돌아갔다.

 

그동안 우리는 서로를 잘 길러주었다.

다음 생이 있다면,

위키야. 넌 나로 태어나고

난 위키 너로 태어나면 좋겠다.

-책 ′귀농멍 위키와 나′ 중에서

 

저자는 지금도 위키가 생전 좋아했던 △작약 △튤립 △사과 △감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농사 수익금의 10% 이상을 매번 유기 동물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저자가 담아낸 책 ′귀농멍 위키와 나′의 △동물 학대 문제 △택배업 종사자의 현실 △귀농·귀촌 과정 등의 이야기는 그동안 자세히 알지 못했던 현실의 일부를 접하게 한다. 또 그 과정에서 저자와 위키가 지나온 삶은 우리에게 △용기 △희망 △반성 등 다양한 감정도 함께 경험한다.

 

어떻게 보면 조금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역시 평범한 일상을 살다 때때로 특별한 경험을 하지 않는가. 저자와 위키가 함께 한 6년 10개월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우연히 찾아오는 행복으로도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도서정보]

도서명: 귀농멍 위키와 나

지은이: 한태훈, 한위키

출판: 마리앤미, 216쪽, 1만5천원, 2021.9.10.

 

[북라이브=김정연 기자]

북라이브/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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