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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관리자] 가면과 내면 사이, ‘페르소나’

‘페르소나’의 의미

김영호 기자 | 기사입력 2021/11/25 [10:34]

[장치관리자] 가면과 내면 사이, ‘페르소나’

‘페르소나’의 의미

김영호 기자 | 입력 : 2021/11/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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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소나는 외부로 드러난 자신의 모습을 뜻한다.  © 사진=김영호 기자


“송강호 배우는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송강호라는 배우가 그만큼 자주 출연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봉준호 감독은 표현하고 싶은 인물을 송강호라는 배우를 통해 더 적절히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페르소나(persona)’란 사회적 역할 혹은 배우에 의해 연기되는 등장인물을 말한다. 원래는 연극에서 사용하는 ‘탈’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과거 그리스에는 당연하지만, 마이크 같은 확성기가 없었다. 무대를 목소리가 울리게 하는 구조로 짓는 노력을 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로도 대사가 전달이 되지 않았는지 고깔을 통해 관객들에게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연극 공연 도중에 캐릭터가 고깔을 들고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스 사람들은 가면 자체에 고깔을 붙여버리고, 그 가면에 인물의 감정을 나타내는 표정을 새겨 넣었다고 한다.

 

페르소나는 개인(Person), 인격, 성격(Personality)의 어원이 되었고, 곧 심리학 용어로도 확장되었다. 카를 융은 ‘페르소나’를 사회에서 개인에게 기대하는 도덕과 질서, 의무 등을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자면 ‘사회가 만들어준 가면’이라 할 수 있겠다. 사회적 페르소나는 가정교육, 그리고 학교의 교육을 통해 형성되고 사회생활을 통해 강화된다. 가끔은 만들어진 페르소나의 틀에 자신을 맞추느라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생기고는 한다.

 

배우, 사회적 역할, 그리고 자아까지 뻗어 나가는 페르소나의 개념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특히 이 ‘가면’이라는 물건 역시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여러 영화에서는 이 가면을 상징적으로 사용하고는 한다.

 

영화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이 될 때 가면을 쓴다. 배트맨일 때, 그리고 고담시에서 제일가는 부자인 브루스 웨인일 때 그는 각각 성격이 다르다. 가면을 쓰고 있지는 않지만, 그는 ‘브루스 웨인’이라는 페르소나를 쓰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의 실제 성격(Personality)은 어떤 가면(Persona)에 더 가까울까?

 

분장, 혹은 변장은 자신을 숨기기 위한 것이다. 연극배우들은 새로운 인물이 되기 위해 분장한다. 영화배우들은 변장을 통해 자신을 지우고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로 탈바꿈한다. 브루스 웨인 역시 변장을 통해 ‘고담시의 백만장자’라는 자신을 숨기고 ‘고담시 어둠의 기사’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변한다. 

 

영화뿐만 아니라 문학에서도 페르소나에 관한 고민은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 ‘페르소나’라는 것을 아주 유용하게 쓴 문인 중 하나는 바로 초현실주의적 모더니스트 ‘이상’이다.

 

이상의 본명은 김해경이다. ‘이상’이 필명이라는 것인데 필명을 사용할 때 성까지 바꾼 것은 완전히 새로운 자신을 창조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이상의 경우 어린 시절 백부에게 입양된 기록이 있어 그리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그의 연작시 ‘오감도’는 김해경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독립된 ‘괴상한 시인’ 이상이라는 페르소나를 확립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이 페르소나를 통해 현대 문명의 특권성과 폭력성에 대한 예리한 비판의식을 드러냈다. (‘오감도 시 제1호와 이상이라는 페르소나의 이중성’, 김백영)

 

‘라쇼몽’으로 유명한 일본의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 ‘코’ 역시 인간의 페르소나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소설 속의 ‘나이구’라는 승려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긴 코를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튀는’ 코를 가진 그는 일상생활이 불편하기도 하거니와, 다른 사람의 비웃음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이구는 중국에서 온 유명한 의사에게 코를 작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결국 자신의 코를 보통 사람들처럼 줄이는 데 성공한다. 이제 자신의 코를 보고 비웃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달라진 코를 보고 비웃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된다. 어느 날 아침 그의 코는 예전과 같은 크기로 돌아오는데, 그는 이를 보고 안도하게 된다.

 

융은 인간의 정신이 의식, 개인적 무의식, 집단적 무의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의식세계와 외부관계를 조율하는 기능이 바로 페르소나이며, 이때 의식세계의 중심이 되는 것은 ‘자아(ego)’이다.

 

페르소나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아니라 외부로 드러난 자신의 모습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외부세계와 주인공의 갈등을 다룬다. 코를 둘러싼 주인공과 주변 세계의 갈등을 통해 그는 ‘페르소나’를 둘러싼 ‘자아’와 ‘외부세계’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에드가 엘런 포우의 윌리엄 윌슨과 아쿠타가와 류우노스케의 코에 나타난 페르소나 비교 분석’, 김명희)

 

배우만이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사회가 만들어준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간다. 영화를 보며, 소설을 보며 인물들이 어떤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는지 보는 것은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맡아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는 것과 같은 일이다. 

 

[북라이브=김영호 기자]

북라이브 /
김영호 기자
zerofive@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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