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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궁금해] 몰래 죽으려고 샀던 번개탄으로 고기를 구웠다

책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가 이야기하는 ‘현재’가 중요한 이유

조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1/11/25 [10:35]

[신간이궁금해] 몰래 죽으려고 샀던 번개탄으로 고기를 구웠다

책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가 이야기하는 ‘현재’가 중요한 이유

조지연 기자 | 입력 : 2021/11/25 [10:35]

[편집자주] 매일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책! 신간 도서는 읽고 싶은데, 어떤 도서인지 알 수 없어서 망설여진다면 작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자. ‘신간이궁금해’는 신간 도서를 쓴 작가에게 직접 듣는 소개서다. 작가가 직접 집어주는 키포인트로 새로 출간된 도서의 다채로운 매력에 풍덩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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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서울 마포구에서 책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저자 이수연)의 이수연 저자를 만나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  © 사진=조지연 기자

 

당신은 아래를 보고 걷는가, 앞을 보고 걷는가. 어릴 적 아래를 보고 걸으면 어른들은 으레 이렇게 다그쳤다. “앞을 보고 걸어야 안 넘어지지. 땅만 보고 걸으면 얼마나 위험한데.” 

 

‘아래를 보고 걸으면 넘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어른이 되어 현재 대신 미래를 바라보는 삶을 산다. 지금 좀 힘들더라도 미래를 위해 굳건히 참는 어른이 된 것이다. 그들은 미래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굳건히 믿으면서 사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참으면서 미래에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그런데 정말 앞을 보고 걸어야만 안 넘어지고, 안 위험한 걸까. 현재를 바라보는 것은 어리석은 걸까. 

 

책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저자 이수연)는 ‘현재’를 사는 이수연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담은 에세이다. 11월 5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이수연 저자는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이전 책들이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내가 아프다’를 이야기했다면, 이번 책에는 그 아픈 과거를 가지고서 내가 지금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저의 현재를 쓴 거죠.” 

 

이 저자는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 대신 현재를 바라보는 삶을 산다. 처음부터 그가 현재를 바라보고 산 것은 아니었다. 이 저자는 불안이 많은 사람이었다. 일어나지 않을 10가지 일이 있다면, 15가지 일을 불안해하며 걱정하는 사람이었다. 어차피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음에도 ‘만에 하나’라는 존재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예측하거나 대비해야 했지만 완벽한 예측과 대비란 불가능했다. 

 

어차피 완벽한 미래를 구현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불안을 잠식시킬 수는 없었다. 그런 그의 생각이 전환됐던 계기는 ‘죽음’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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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저자는 3권의 에세이와 1권의 독립출판 소설집을 내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작인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저자 이수연)는 우울증을 앓고 나서 겪게 된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낸 작품이다.  © 사진=조지연 기자

 

“저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자신에게 질문하는 편이에요. 매일 같이 생각하는 제 철학, 신념이  ‘나는 오늘 죽을 수 있다’인데요. 사실 제가 스스로 선택하지 않더라도 차에 치여 죽을 수 있고 갑자기 뭐 집에 불이 나서 죽을 수 있잖아요. 갑자기 뇌출혈이 와서 죽을 수도 있고요. 사람이 죽는 건 한순간이잖아요.”

 

“‘오늘 내가 죽을 수 있다’라고 생각하게 되면 자연스레 ‘죽기 전에 내가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을 하게 되는데요. 그때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매일 글을 쓰고 있어요. 제 꿈은 죽기 전에 글을 쓰는 사람의 모습으로 죽는 것이거든요. 근데 제가 오늘 글을 쓰고 죽게 되면 꿈을 이룬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저는 죽음이라는 걸 가까이 두고 오늘만 사는 삶을 살고 있어요.” 

 

‘오늘만 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는 삶, 그의 철학은 단순명료하다. 책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는다’에는 그의 이러한 삶의 철학이 곳곳에 묻어 있다. 

 

“저는 모든 일을 ‘오늘만 한다’ 생각하면서 해요. 그럼 진짜 간단해요. 오늘만 하면 일이 끝이에요. 내일은 ‘내일의 내’가 내일 해야 하는 일을 하겠죠? 오늘만 생각한다고 하면 불안하지 않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지치지 않는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미래를 생각하면 저는 내일도 글 써야 하고 모레도 글 써야 하거든요. 그렇게 생각나면 글 쓰려다가도 되려 짜증 나잖아요. 괜히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근데 ‘오늘만 글 쓰면 되네’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항상 현재진행형으로 살아요. 내일의 나  대신 오늘의 내가 지금 꼭 해야 하는,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거예요.” 

 

한수 앞을 볼 수 있다고 한들 힘든 일이 ‘힘들지 않은 일’이 되지는 않는다. 그저 조금 더 대비하게 될 뿐이다. 이 저자를 그대로 본뜬 책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고, 저런 날도 있는 거니까 힘들 수는 있지만 괜찮아.”

 

책의 표제인 ‘번개탄에 고개를 구워 먹었다’는 과거에 죽으려고 샀던 번개탄으로 몇 년 후에 고기를 구워 먹게 된 이 저자의 경험담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언젠가 죽으려고 샀지만, 쓰지 못한 번개탄은 우연히 떠나게 된 캠핑에서 고기를 굽는 장작이 됐다. 이 저자에게는 그때의 광경이 기억 속에 독특하게 남아 있다.

 

“남편이랑 결혼기념일에 차박을 가게 됐어요. 차박 준비를 하는데 남편이 제가 집에 몰래 숨겨둔 번개탄이랑 화로를 찾아서 챙기는 거예요. 번개탄을 싣고 차박 장소로 떠나는데, 저는 괜히 찔려서 아무 말도 못 했어요. 도착해서 고기를 진짜 번개탄에 구워 먹는데 남편이 쓱 물어보더라고요. ‘너 이거 이러려고 산 거 아니지?’라고요. ‘알고 있었냐’고 물어보니까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의 광경이 제게는 좀 독특했어요. 하늘의 별은 반짝이지, 내가 죽으려고 사놓은 번개탄으로는 고기를 구워서 먹고 있지, 옆에서는 (남편이) 불멍을 하고 있지. 이 상황들이 너무 아이러니하잖아요. 번개탄이라는 죽음과 고기를 먹는다는 살기 위한 행위가 복합적으로 다가왔어요. 삶과 죽음을 한순간에 본 경험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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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저자는 자신이 해야 하는 일도, 좋아하는 일도 글쓰기이기 때문에 자신을 ′항상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 사진=조지연 기자

 

‘삶과 죽음 사이에서 왜 살아야 하는가’ 고민하던 이 저자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저자는 자신이 균형점을 찾게 된 이유가 ‘잘 죽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어차피 태어났으면 한번은 죽어야 하잖아요. 세상에 영원히 사는 건 없죠. 그런 생각으로 이야기하자면 어차피 맞이할 죽음인데 잘 맞이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잘 맞이하기 위해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 생각하게 되는데요. 저는 결국 잘 사는 사람이 죽음을 잘 맞이한다고 생각해요.” 

 

“삶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은 지금의 삶을 위해서 잘 살아가면 될 것 같고요.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죽음을 위해 지금의 삶을 잘 살아가면 될 것 같아요. 그니까 잘 살기 위해서 잘 살아가고, 잘 죽기 위해서 잘 살아간다 생각하면 돼요. 어쨌든 한 번은 죽을 거 만족하면서 잘 사는 게 더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니까요.”

 

책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하고 불안한 이들에게 그만의 독특한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삶이 힘들다는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지도, 다그치지도 않는다. 그저 “힘든 건 힘든 것이고, 아픈 건 아픈 것이 맞다”고 이야기할 뿐이다. 그런데도 그의 이야기가 많은 이의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몰라 방황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저자는 삶과 죽음의 길목에서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아직도 불현듯 ‘우울증으로 인해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고 이야기하는 이 저자는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책이 ‘삶의 척도’가 되기보다는 ‘같이 걷고 있다’는 시그널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현재 책도 내고 있고 정신질환 인식 개선 강연 같은 것도 많이 하고 있다 보니 사람들이 제가 다 나았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상담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일상생활은 어찌어찌 사는데, 너무 힘들 때가 많거든요.”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같이 나아가는 사람’이지, 저 멀리 나아가서 조언하거나 충고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프고 아직 치료 중이지만,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함께 손잡고 가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같이 한 걸음씩 나아가요.”

 

[도서정보]

도서명: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지은이: 이수연

출판: 소울하우스, 256쪽, 1만3천원, 2021.10.25.

 

[북라이브=조지연 기자] 

북라이브 /
조지연 기자
jodelay@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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