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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어원은] ‘엿 먹어라’가 욕이 된 이유는?

‘엿’은 왜 욕이 되었을까

김영호 기자 | 기사입력 2021/12/01 [10:38]

[너의 어원은] ‘엿 먹어라’가 욕이 된 이유는?

‘엿’은 왜 욕이 되었을까

김영호 기자 | 입력 : 2021/12/0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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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엿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 사진=지역N문화


엿은 갖가지 곡물과 엿기름을 주원료로 하는,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야 하는 간식이다. 옛날 엿장수는 아이들 사이에서 ‘BTS’ 못지않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엿의 묽은 상태인 조청은 음식을 조리할 때 사용하기도 하고, 가래떡 같은 음식을 찍어 먹기도 하는 등, 활용도가 높다.

 

요즘이야 단 음식이 많아져 예전만큼 인기가 많은 음식은 아니지만, 엿은 여전히 시험 철이 되면 끈끈한 엿처럼 찰싹 붙으라는 뜻으로 선물로 많이 오고간다. 

 

그러나 ‘엿’은 우리 일상에 들어가면 부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된다. ‘엿 먹어라’는 말은 생각해보면 ‘달콤한 엿을 먹어라’라는 뜻이라 부정적인 의미와 거리가 멀 듯 하지만, 이는 상대방에게 ‘욕’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엿 먹어라’는 왜 욕이 되었을까?

 

한가지 설은 ‘엿 먹어라’가 본래 ‘염 먹어라’라는 것이다. 이때 ‘염’은 ‘시신을 염(殮)하다’의 ‘염’과 같은 뜻이라는 설인데, 이는 ‘엿 먹어라’의 발음이 [염 머거라]이기 때문에 나타난 추측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크게 설득력이 없는 설이다.

 

가장 그럴듯한 추리는 바로 1964년, 중학교 입시 문제와 관련된 소동이다. 1964년 12월, 전기 중학 입시의 공동출제 문제로 ‘엿기름 대신 넣어서 엿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등장한다. 

 

당시 정답으로 인정된 것은 ‘디아스타제’였다. 그러나 보기 중 있던 ‘무즙’ 역시 정답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엿은 사실 쌀엿, 무엿, 고구마엿, 옥수수엿, 호박엿 등 종류가 다양하고, 어떤 것을 넣어도 엿이 될 수 있다는 소리가 있을 만큼 아무 재료나 사용해도 만들 수 있다.

 

오늘날에도 수능 시험 문제에서 인정된 정답 말고도 다른 보기가 답이 될 수 있는 경우 많은 반발을 낳고 심하면 소송이 걸리기도 한다. 당시 중학교 입시는 지금의 대학 입시와 맞먹는 열기를 띠고 있었기에, 당연히 여러 학부모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다.

 

‘무즙’을 답으로 제출해 중학 입시에 낙방한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이를 법원에 제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그들은 입시와 관련된 모든 기관, 교육청과 교육부에 찾아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시위를 벌일 때 들고 간 것이 바로 ‘엿’이다. 그것도 ‘무즙’을 이용해 만든 엿이었다. 그들은 교육청과 교육부 앞에서 무즙으로 만든 엿을 먹어보라며 솥째 들고 외쳤다. “엿 먹어라! 이게 무로 만든 엿이다! 빨리 나와서 먹어봐라!”

 

시위는 일파만파 퍼졌고, 당시 김규원 서울시 교육감, 한상봉 차관 등이 사표를 내게 되었다고 한다. ‘무즙’을 답으로 써서 떨어진 학생 38명은 당시 명문이던 경기중학교 등에 입학을 할 수 있었다.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되었지만, 두고두고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이때부터 ‘엿 먹어라’는 욕설로 사용되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를 ‘(속되게) 남을 은근히 골탕 먹이거나 속여 넘길 때에 하는 말’로 소개하고 있다. 

 

그럴듯한 어원이지만, 국립국어원에서는 ‘엿 먹어라’의 어원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누가 ‘엿 먹어라’라는 말을 썼는지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엿 먹어라’ 소동은 어원을 설명하기 위해 무리하게 어떤 사건과 연결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국립국어원은 설명하고 있다. 

 

[북라이브=김영호 기자]

북라이브 /
김영호 기자
zerofive@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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