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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人터뷰]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계속 써야 해요” 이수연 작가

사운드 엔지니어에서 작가로 도약한 그의 글쓰기 이야기

조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1/12/01 [11:56]

[북人터뷰]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계속 써야 해요” 이수연 작가

사운드 엔지니어에서 작가로 도약한 그의 글쓰기 이야기

조지연 기자 | 입력 : 2021/12/0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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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연 저자는 현재 3권의 에세이와 1권의 소설집을 출간했다.  © 사진=조지연 기자

 

처음부터 작가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작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도 없다. 물론 어떤 분야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이들은 존재하나 태어나면서 직업을 부여받는 것은 아니니 모두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 

 

작가가 되기 위한 규정도 역시 없다. 그저 글을 쓰고 다듬어서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행위만이 존재한다. 누군가에게 글을 보여주는 행위 자체가 두 사람 사이를 작가와 독자 관계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직업으로서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대개 습작을 누군가에게 보여줌으로써 작가의 꿈을 펼쳐나가기 시작한다. 우연한 기회에 타인에게 자신의 글을 보여줌으로써 전업 작가를 꿈꾸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11월 5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이수연 저자는 자신이 처음 작가가 되자고 생각하게 계기가 주치의 덕분이라고 이야기했다. 그의 주치의는 이 저자에게 ‘첫 독자’다.

 

“처음부터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제가 우울증을 앓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던 게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예요. 병원에 입원했을 때 너무 심심한 거예요. 거기는 폐쇄병동이라 나가지도 못해요. 물건을 들여오는 것도 되게 까다롭거든요. 위험하지 않은 물건, 자살할 우려가 없는 것만 반입이 돼요. 들여올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 보니 무엇을 할까 하다가 책을 읽고 일기를 쓰게 됐어요.” 

 

“그로부터 약 2년쯤 뒤에 주치의 선생님이 제가 일기를 쓰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근데 그걸 읽어보고 싶다고 한 거죠. 사실 일기를 누가 읽어볼 거라고 생각하고 쓰지 않잖아요. 저도 저 혼자 읽을 거라고 생각하고 쓴 건데, 너무 읽어보고 싶다고 얘기를 하니까 보여줬죠. 후에 일기장을 읽고 주면서 ‘많은 분이 읽어봤으면 좋겠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조금씩 ‘내 글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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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저자 이수연)는 이수연 저자의 첫 책이다. © 사진=조지연 기자

 

그가 자신을 알기 위해 열심히 기록했던 일기장은 이후 그가 전업 작가가 되는 밑거름이 됐다. 현재 5년 넘게 일기를 쓰고 있다는 이 저자는 자신의 일기장이 무려 15권이라고 고백했다. 

 

이 저자는 일기에 그날 자신이 무슨 말을 했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를 일일이 기록한다. 그러면서도 의식의 흐름대로 자기 검열 없이 자기 생각을 온전히 문자로 표현한다. 첫 책인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는 이 저자가 정신병원에서 보낸 3년의 세월을 오롯이 담아낸 일기 형태의 에세이다. 

 

밑도 끝도 없이 행복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슬프고 우울하고, 심지어 죽고 싶어도 조금 불안한 보통 사람일 뿐’이라고 담담히 이야기하는 이 저자의 글들은 당시 많은 독자에게 위로가 됐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실제로 살아가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저는 삶에 시니컬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아플 수 있잖아요. 그런 생각이 들 때 ‘아플 수도 있지’하고 그냥 받아들이는 거예요. ‘사는 게 힘드네’라는 생각이 들면 곧바로 ‘ 사는 게 힘들 수도 있지’ 이렇게 넘기는 거죠. 살다 보면 아픈 날도 있는 거잖아요, 그럴 때 저는 ‘늘 아팠나, 어떨 때는 웃기도 했는데.’ 이런 식으로 가볍게 넘겨요. 실제로 이런 자세가 제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우울증이라는 게 사회적인 현상도 있고, 날씨에도 영향을 받거든요. 만약 우울하다면, 막 ‘나만 이상한 가, 너무 나만 힘들어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 많은 사람이 힘들어할 때 나도 힘들고, 다른 사람들도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을 나눌 사람도 많아졌다’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내가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주저하지 않고 병원에 가서 솔직하게 상담받는 것을 추천해요. 처음 정신병원 찾아가기가 힘든데, 거기에 대해서 용기를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이수연 저자는 현재도 우울증 치료 중이다. 그는 우리 사회의 우울증 치료에 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우울증과 관련된 에세이를 출간하는 한편 정신질환 인식 개선 강연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그는 우울증에 관한 편견 때문에 실제로 우울증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우울증은 빨리 (병원에) 갈수록 좋아요. ‘내가 이런 거로 치료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 가세요. 생각해보면, 우리도 머리 좀 아프고 감기 기운 있는 거 같으면 더 아프기 전에 병원 가서 치료하고 약 먹잖아요, 그래야 빨리 나으니까.”

 

“우울증도 똑같아요. ‘내가 이 정도로 정신과를 찾아야 하나, 이 정도는 버텨야 하는 게 아닌가?’ 할 때 병원을 찾아야 치료 시기를 더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리미리 예방주사를 맞는 것처럼요. 솔직히 저는 정기검진 받듯이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신과도 다른 과와 마찬가지로 의사가 ‘치료를 그만해도 된다’ 혹은 ‘조금 더 내원 기간을 길게 잡고 병원에 와도 된다’라고 이야기해주거든요. 그러면 우울증도 더 빨리 나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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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연 저자는 지난 10월 말에 책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저자 이수연)를 출간했다. 책에는 그의 가치관과 삶이 담겨 있다. © 사진=조지연 기자

 

현재 이수연 저자는 기존 직업이었던 사운드 엔지니어에서 전업 작가로 활동 반경을 넓힌 상태다. 사운드 엔지니어로 한창 일할 때만 하더라도 작가가 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지만, 이제 그에게 글쓰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글 쓰는 일이 저는 너무 좋아요. 맨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점 근처를 걷다 가도 ‘글을 이렇게 쓰면 어떨까?’, 뭘 먹더라도 ‘이런 걸 이렇게 쓰면 어떨까?’ 이렇게 고민해요. 글에 다양한 시도도 많이 하고 있어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는데, 제 책은 문체나 스타일 변환점이 많아요. 네 작품 모두 다른 사람이 쓴 작품처럼 다르거든요. 그런 면에서 제가 일을 즐기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이수연 저자는 앞으로도 사람들 마음에 위로가 될 수 있는 글들을 쓰고자 한다. 그에게 글은 독자와 자신 사이의 오해를 없애주는 매개체이자 소통 수단이다. 자신을 둘러싼 오해를 불식시키면서 사람들 마음에 위로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 만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될 예정이다.

 

“제가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는다’의 에필로그에 ‘우리는 오해가 많다’고 써놨는데요. 지금도 이 책만 보면 저에 대한 오해가 많을 수 있어요. 철이 없다든지, 경제 관념이 없어서 혹은 애가 아직 없어서 그렇다든지 등에 관해 오해요. 심지어 ‘멋모르고 결혼 빨리해서 그렇다’와 같은 안 좋은 반응이나 댓글 역시 봤는데요. 저는 그 사람들이 저를 싫어하고 미워한다기보다는 많이 알지 못해서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오해들을 풀기 위해서는 제가 끊임없이 책을 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작가니까요. 추후에 제 책들이 저를 향한 오해가 풀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저와 비슷한 사람들을 향한 선입견이나 오해를 줄여주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프로필]

이름: 이수연

직업: 작가, 사운드 엔지니어

저서: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슬픔은 병일지도 몰라’, ‘자화상’,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북라이브=조지연 기자]

북라이브 /
조지연 기자
jodelay@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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