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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연] 이민자의 아픔이 낳은 디아스포라 문학, 그에 담긴 역사적 의미

대산문화재단 세계 작가와의 만남, 부천 디아스포라 문학상 수상작 ′자유로운 삶′ 저자 하진을 만나다

김정연 기자 | 기사입력 2021/12/03 [10:58]

[저자 강연] 이민자의 아픔이 낳은 디아스포라 문학, 그에 담긴 역사적 의미

대산문화재단 세계 작가와의 만남, 부천 디아스포라 문학상 수상작 ′자유로운 삶′ 저자 하진을 만나다

김정연 기자 | 입력 : 2021/12/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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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디아스포라 문학계의 거장 소설가 하진(Ha Jin)은 지난 23일(목) 대산문화재단 세계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통해 ′언어와 독자′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 사진=대산문화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

 

문학 작품에는 그 작품을 쓴 저자 본인의 이야기나 직접 겪은 경험이 투영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우리는 이를 통해 경험하지 못한 과거 일련의 사건이나 다른 삶을 살아간 사람들의 모습을 접하게 된다.

 

이러한 문학의 갈래에는 ′디아스포라 문학′이 있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너머′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디아(dia)′에 ′씨를 뿌리다′를 뜻하는 스페로(spero)가 합성된 단어다. 현재는 그 의미가 확장돼 고향으로부터 멀리 흩어져 살게 된 사람들의 삶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며, △영화 △드라마 △문학 △공연 등 다양한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디아스포라 의미가 특히 두드러지는 분야는 문학이 대표적인데, 여러 요인들로 수많은 해외 이주자들이 생겨나며 그들의 이야기가 문학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한국계 미국인이 자신이 미국에서 살게 되면서 겪은 언어적, 혹은 문화적 차이의 어려움을 담아낸 작품이 있다면, 이를 디아스포라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과거 오랜 시간 동안 지나왔던 흑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어왔다. 그런 측면에서 디아스포라 문학은 우리에게 과거 전 세계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 싸움의 희생양이 돼야 했던 인류의 아픈 역사를 전해주는, 아주 중요한 유산이 된다.

 

의미 있는 유산으로서 디아스포라 문학을 보존하기 위해 지난 11월 23일, 부천에서 ′제1회 부천 디아스포라 문학상′이 개최됐다. 본 행사는 한국어 혹은 영어로 출판된 디아스포라 주제의 장편소설 및 현존 작가의 작품을 기준으로 수상작을 뽑는데, 제1회 수상작으로 소설가 하진의 책 ′자유로운 삶′이 선정되었다.

 

책 ′자유로운 삶′은 천안문 사건을 목격한 중국의 청년 ‘난’이 미국으로 이주해 그에 대한 글을 써 내려 가는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중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 1세대 작가인 저자 하진이 자기 경험을 이번 책에 다소 투영시켰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소설가 하진은 현재 영미 문학계의 대표적인 디아스포라 작가로서 자유로운 삶(2014) 뿐만 아니라, △기다림(2007) △광인(2007) △전쟁 쓰레기(2008) 등의 작품으로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대산문화재단은 ′부천 디아스포라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방한한 그와 독자들이 만날 수 있는 ′세계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마련했다. 관계자는 ″디아스포라 작가들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정체성 혼란을 딛고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 하진 작가가 이번 강연을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언어와 독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진 작가는 모국어가 중국어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작품을 영어로 집필하고 있다. 이번 강연에서 그는 외국어였던 영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복합적인 어려움을 공유했다. 더불어 모국어와 제1외국어를 구분 지으며 외국어가 모국어만큼 능숙하지 않다면 해당 언어로 글을 쓰지 말라는 조언도 함께 전했다.

 

″이는 마치 집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모국어로 글을 쓰는 사람의 경우, 모든 것을 즉흥적으로 시작할 수 있죠. 원자재를 가져와서 이를 사용해 현장에서 바로 집을 지으면 됩니다. 하지만 외국어로 글을 쓰는 것은 벽돌 하나하나와 같은 모든 부품과 원자재를 손수 만들어 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럼에도 디아스포라 작가들은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이에 하진 작가는 디아스포라 문학계의 거장으로 유명한 나보코프와 콘레드의 사례를 통해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방식을 언급했다.

 

″나보코프나 콘레드의 작품 속 영어 자체만을 보면 그렇게 완벽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즉, 이들도 어떻게 보면 영어라는 언어를 온전히 편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하지만 이들은 이국적인 에너지를 작품에 담아내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중략) 결국 그들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스타일을 찾아내 문학계에 새로운 업적을 남긴 것입니다.″

 

만약 비모국어로 글을 쓰는 이들이 언어적 표현을 어설프게 보인다면 해당 글을 접하는 사람은 이상함을 느낄 것이다. 반면 모국어를 쓰는 이가 문법을 초월한 글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를 통해 나보코프와 콘레드 같은 인물 역시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해왔음에도 언어적인 면에 있어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오히려 ′이국적인′ 특징으로 작품에 녹여내며, 영미 문학계에 새로운 기여를 했다.

 

작가 하진은 자신 역시 디아스포라 작가로서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작품 활동하는 과정에서 과거 어려움을 겪었던 사실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그는 이러한 어려움을 어떤 방법으로 이겨냈을까.

 

″제가 처음 시인으로서 작품 활동을 시작할 때는 글을 쓸 때마다 매번 한계에 부딪히면서 그것을 넘어설 수 없는 것 같은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때 앞서 언급한 나보코프나 콘레드와 같은 인물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며 연습해나갔죠.″

 

″저에게 있어서 작품 활동은 단순히 책에 내 생각이나 감정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만이 목표가 아닙니다. 항상 그 이상을 생각하며, 결국 그 언어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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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하진은 현재 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이민 1세대로서 자신이 겪어온 고단한 감정을 디아스포라 성격을 지닌 작품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 사진=대산문화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하진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낸 것으로 보인다. 본인의 글이 세상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는 것이며, 결국 그 또한 디아스포라 문학계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는 과정에 있다.

 

하진은 소설가보다 시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시카고 대학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학위를 받으면 교수직을 제안받은 중국으로 돌아가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같은 시기 그는 일탈과 같은 시도로 처음 영어로 쓴 시집을 출간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문득 해당 내용을 산문의 형식으로 바꿔보면 더 의미 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때부터 단편을 쓰기 시작했음을 전한다. 

 

″작가는 최종적으로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쓴다기보다 그들이 엿들을 수 있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작가는 궁극적으로는 누가 우리의 작품을 읽어줄지 모릅니다. 특정 독자층을 겨냥한다는 생각은 사실 허구죠. 독자의 취향, 읽는 패턴 등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작가들은 공허한 진공상태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고, 결국 독자는 작품 안에 내포되어 있는 존재인 겁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를 위해서만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실 유한한 존재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유한적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나의 작품이 영구히 미래 독자들에게 읽힐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그렇게 저는 작가 자신의 내면적 체계에서 자리를 잡아 이를 통해 독자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작가 하진에게 있어서 작품이란 특정한 내용을 가진 단순한 허구의 글보다, 누군가가 작품을 접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유의미한 감정을 느끼게 해야 하는 존재다.

 

언어와 독자에 대한 강연을 마친 뒤, 하진 작가는 독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 독자는 그에게 모국어인 중국어로만 온전히 표현될 수 있는 감정이 있을 텐데, 이때 느끼는 한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에 하진은 중국어로 작업하게 되면 받게 되는 정치적인 부분의 위험성 때문에 모든 것을 담아내지 못한다고 전하며, 어쩔 수 없이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글을 쓰고 있음을 전했다.

 

″과거의 천안문 사건, 현재는 위구르족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도 문학에서 다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본토 중국에서, 중국어로는 결코 이러한 이슈들로 작품 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안타까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하진 작가에게 디아스포라는 어떤 의미로 여겨지는지, 또 그는 과거 이민자로서 힘든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버텨냈을지 궁금하다.

 

″디아스포라는 이산, 멀리 퍼져있는 것을 말하는데 이민자에게 귀환은 굉장히 중요한 욕구이자 감정입니다. 하지만 모국을 떠나게 됐을 때는 결국 또 다른 곳에 적응해 계속 자기 삶을 구축해나가야 하죠. (중략) 따라서 디아스포라 작가의 입장에서 고향, 조국이 꼭 과거뿐만이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작가 하진을 통해 디아스포라 문학은 복합적인 상황 속 모국을 떠나게 된 이민자들의 과거 경험을 현재, 더 나아가 미래 세대에게까지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국가 △종교 △이념 등의 차원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 같은 갈등이 점차 크게 번지며 전쟁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지금까지 수많은 인류가 △이주 △망명 △입양 등의 수단으로 흩어지게 되고 있다.

 

권력층의 이기심이 없었더라면 이들은 결코 고향을 떠나야 하는 어려움도 겪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디아스포라 문학이 생겨나면서, 이민자들의 아픔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는 오늘날의 디아스포라 문학이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도서정보]

도서명: 자유로운 삶

저자: 하진((Ha Jin)

출판: 시공사, 518쪽, 1만4천8백원, 2014.4.23.

 

[북라이브=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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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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