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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미케네 문명부터 로마 제국까지 ‘신화와 축제의 땅 그리스 문명 기행’

서양 고전학자의 그리스 문명 답사기

이봉홍 기자 | 기사입력 2021/12/06 [12:28]

[북리뷰] 미케네 문명부터 로마 제국까지 ‘신화와 축제의 땅 그리스 문명 기행’

서양 고전학자의 그리스 문명 답사기

이봉홍 기자 | 입력 : 2021/12/0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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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신화와 축제의 땅 그리스 문명 기행'(저자 김헌) 표지  © 사진=이봉홍 기자


TVN 벌거벗은 세계사와 JTBC<차이나는 클래스’ 등에 출연하며 서양 고전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서양 고전학자 김헌 교수가 책 ‘신화와 축제의 땅 그리스 문명 기행’을 내놓았다. 저자는 서양 문명의 뿌리이자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는 수많은 문화 콘텐츠 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그리스 문명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스 현지답사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설명한다. 저자는 그리스 로마 문명이 현재 서구 문명의 기원이며 서구 문화 중심으로 구성된 현재 세계화된 시대의 문화적 원천이라고 말한다. 그리스 로마 문명이 현재 세계 문화의 뿌리가 아닐지라도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지중해 지역을 돌아보고 그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찾아보는 일은 즐거울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많은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저자는 햇살이 찬란한 그리스의 6월에 로마를 떠나 아테네로 도착하는 여정을 출발하였다. 신화 속 신들을 기리는 다양한 축제의 땅을 돌아보고 크루즈를 타고 에게해를 누비면서 희미하게 남은 흔적들 속에서 신화 속 이야기들을 떠올린다. 기나긴 세월 속에서 폐허가 되어버리고 잔해만이 남아있지만, 저자는 신화와 종교, 축제와 문화를 중심으로 그리스 역사를 재구성하고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네메이아 제전, 이스트미아 제전, 퓌티아 제전과 올림퓌아 제전까지 그리스인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그 제전들이 열린 지역들을 돌아보면서 그리스 기행을 시작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올림퓌아 제전은 ‘모든 그리스인들이 모이는’ 축제이다. 올림퓌아 제전이 열리는 기간만큼 그리스의 모든 사람들은 평화와 공존을 함께 기원한다. 그리스 신화 최고의 신 제우스를 기리는 축제인 올림퓌아 제전은 그리스 전역에서 탁월한 선수들이 모여서 기량을 겨뤘다. 그리고 우승자들은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로마의 네로 황제도 이 올림퓌아 제전의 우승자가 되기 위해 참여했을 정도로 지중해 지역을 대표하는 가장 큰 축제였다. 오늘날 근대 올림픽의 성화를 채화하는 헤라 신전과 지금은 그 형태를 보기 어렵지만, 고대 7대 불가사의로 손꼽히는 제우스 신전의 터를 보면서 2500년 전 그리스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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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신화와 축제의 땅 그리스 문명 기행'(저자 김헌) 목차  © 사진-=이봉홍 기자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섬기던 도시 코린토스는 그리스와 이탈리아반도를 연결하는 중요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참주 페리안드로스는 이스트미아 제전을 열어서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아프로디테의 신전이 있던 높은 산 위에서는 사제들이 외롭고 지친 나그네들에게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단순한 매춘산업이라고 말하기에는 코린토스를 방문하고 신전에서 여사제들과 시간을 보낸 사내들은 아프로디테에게 은총을 받았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코린토스는 오랫동안 향락과 부도덕한 도시의 이미지가 있었다고 한다.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고향이라고 여겨지는 에피다우로스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전이 있다. 그의 신전은 오늘날로 따지면 병원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에게 병마와 싸워서 이겨내는 것은 연약한 인간을 위해 신이 베푸는 은혜로 여겨졌던 것 같다. 아폴론의 아들로서 인간의 수명을 늘려줘 신의 미움을 샀던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이야기도 정말 흥미로웠다. 그리스인들이 가장 높은 산이라고 여겼던 파르나소스산에서 열린 퓌티아 제전은 다른 제전들과 달리 운동경기보다 문화예술 분야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새로웠다.

 

저자 일행은 크루즈를 타고 에게해를 누비면서 델로스, 에페소스, 로도스와 린도스, 제우스의 고향 크레타와 산토리니, 아테네를 둘러보았다. 저자가 표현하는 크루즈에서 바라본 그리스의 모습은 코로나가 아니라면 당장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든다. 과연 에게해의 일몰 순간보다 아름다운 광경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저자는 그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한다.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승리하고 델로스 동맹과 펠로폰네소스 동맹으로 또 다시 전쟁을 치렀던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 역사를 에게해를 돌아다니면서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역사책 속에서 이름 외우기 급급했던 이름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조금 더 쉽게 알 수 있었다. 아테네의 신전을 품은 아크로폴리스의 일곱 현인 이야기와 아버지였던 크로노스를 물리치고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을 차지한 제우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테세우스와 아들이 죽은 줄 알고 절벽에서 뛰어내린 에게해 이름의 주인 아이게우스에 신화에 대한 저자의 음모론은 정말 재미있다.

 

저자는 그리스를 떠나 지중해 전역에 남아 있는 그리스와 로마의 흔적을 찾아 여행을 계속했다. 알렉산드로스의 적통인 프톨레마이오스는 이집트에서 왕조의 지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알렉산드로스를 신격화했다. 그리고 그 흔적인 지금도 이집트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곳곳에 남아 있다. 지금은 흔적만이 남아 있는 고대 로마의 라이벌 카르티고를 찾아 나선 저자 일행은 조그마한 로마가 페니키아의 카르티고를 물리치고 악티움 해전에서 그리스를 물리치고 지중해의 패권을 어떻게 장악했는지 설명한다. 

 

저자 일행은 미노아 문명을 시작으로 최초의 그리스 문명인 뮈케네 문명과 그리스 고전기를 지나 로마가 그리스를 제압하고 지중해 바다의 패권을 차지하는 시기까지의 역사적 흔적을 따라갔다. 시간적 순서는 뒤죽박죽일 수 있지만, 그리스와 에게해, 이집트, 로마에 이르는 지중해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역사와 신화에 대한 독자의 호기심에 불을 붙일 재미난 이야기들을 전달한다. 지상에는 흔적 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그리스 문명을 현장감있게 전달하는 재미있는 책이다. 코로나 시대로 여행길이 막혀 있지만 책을 통해서라도 지중해로 역사 문화 기행을 떠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도서정보]

책제목: 신화와 축제의 땅 그리스 문명 기행

지은이: 김헌

출판: 아카넷, 280쪽, 1만 8천원, 2021. 8.30.

 

[북라이브=이봉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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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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