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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세상에서 ‘우리들’의 세상으로… MZ 세대가 빠진 ‘덕질’ 세계

덕후가 말하는 덕질의 가치란…선한 영향력-자기 성장-철학 사유 기회 얻을 수 있어

김이슬 기자 | 기사입력 2021/12/06 [12:29]

‘그들만’의 세상에서 ‘우리들’의 세상으로… MZ 세대가 빠진 ‘덕질’ 세계

덕후가 말하는 덕질의 가치란…선한 영향력-자기 성장-철학 사유 기회 얻을 수 있어

김이슬 기자 | 입력 : 2021/12/0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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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중인 아이돌 그룹 BTS의 모습.  © 사진=빅히트 뮤직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최애 아이돌을 향한 고백 트윗입니다. 출근 준비하는 틈틈이 아이돌의 메시지를 구독하는 플랫폼 앱 ‘버블’을 확인합니다. 출근 후 업무에 지칠 때면, 회사 책상에 놓인 사진을 보거나 짧은 영상을 보면서 힘을 냅니다. 코로나로 인해 공개방송은 참여할 수 없지만, 아이돌 ‘퇴근길’에 자주 찾아가 눈도장을 찍고 옵니다. 생일이나 특별한 날 다른 팬들과 공간을 대여해 아이돌 전시회나 생일 축하 파티를 열고 기뻐합니다. 

 

아이돌을 사랑하는 덕후의 어느 하루입니다. 현생(현실의 삶)과 덕생(덕질하는 삶)을 오가느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합니다. 과거 종종 ‘빠순이’ 혹은 ‘오타쿠’ 등 다소 부정적인 시각으로 불리곤 했던 ‘덕질(좋아하는 대상에 열정적으로 정성을 다하는 행위)’이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왔습니다. MZ 세대에게 덕질은 이제 놀이이자 행복 그리고 삶의 활력소입니다. 그들만의 세상에서 우리들의 문화로 발전된 거죠.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낳으면서 문화 주류로써 당당히 자리매김하기도 했습니다.  

 

MZ세대는 왜 덕질에 빠진 걸까요?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이 쓴 책 ‘그냥 하지 말라(저자 송길영)’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과거 한국인들처럼 지금 고생해서 나중에 잘 사는 길을 선택하지 않아요. 행복감을 미루거나 지연시키지 않습니다. 일상의 행복을 충족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행복과 함께 하루를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롱텀의 행복보다는 ‘오늘 하루 잘 살면 행복 아닌가?’ 하는 숏텀의 행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위해 ‘행복 버튼’을 만듭니다. 보기만 해도 저절로 행복해지는 아이돌 이미지 같은 거죠.”

 

그의 말을 빌리자면, 오늘의 행복을 위해 지금 당장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덕질의 위상이 달라졌음은 몇 년 새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는 ‘덕’의 언어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무언가에 빠졌다는 ‘덕통사고’, 성공한 덕후 ‘성덕’, 덕질을 통해 만난 친구 ‘덕친’, 덕질을 시작하면 ‘입덕’, 덕질을 도중에 그만두면 ‘탈덕’이라고 합니다. 덕질은 다양한 세계로 이끕니다. 만화, 레고, 잡지, 낚시 등 다채롭지만, 오늘은 이 중에서도 아이돌과 사랑에 빠진 이들의 얘기를 들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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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저자 이소담)', '아무튼, 아이돌(저자 윤혜은)', 'BTS와 철학하기(저자 김광식)'의 표지.(왼쪽부터)  © 사진=앤의서재, 제철소, 김영사


20년의 덕력을 자랑하는 일본어 번역가 이소담이 쓴 책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저자 이소담)’에는 덕후의 삶이 스스로 그리고 사회 전반에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전합니다. 일부 사람들이 덕후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덕질에 빠진 이는 현실에서 미흡한 삶을 살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거요. 하지만 명백한 오해입니다. 저자는 그가 파고 또 파는 그의 최애 아이돌 신화 멤버 김동완의 선행에 따라 몇 년째 기부 활동을 하고 있노라 고백하고 있습니다. 연예인의 기부가 기분 좋은 힘을 가지고 있는 거죠. 

 

덕질은 이처럼 개인의 성장 자양분이 되고, 가치관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아이돌이 ‘나’라는 사람의 세계관을 확립하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아이돌과 수없이 사랑에 빠진 경험이 녹아있는 책 ‘아무튼, 아이돌(저자 윤혜은)’에서 저자는 아이돌을 단순히 애정하는 대상이 아니라 삶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롤모델로 여겼다고 합니다. 그가 롤모델 삼은 아이돌은 2000년 데뷔 이래 22년째 활발히 활동 중인 가수 보아입니다.

 

당시 아이돌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마치 ‘유니콘’처럼 환상적인 존재로 여겨지곤 했습니다. 그런 때에 보아가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고 중계됐습니다. 저자 혜은은 그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이 차이는 얼마 나지 않아도 진로를 일찍이 정하고 목표에 매진하는 모습에 큰 감명 받았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보아는 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끌어 당겨준 첫 언니인 셈”이라며 그도 치열하게 살기로 마음먹습니다. 

 

덕질은 덕후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더 나아가 철학적, 학문적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존중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 최고 인기곡들이 각축을 벌이는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인기 그룹 BTS를 보자면 더 더욱요. BTS의 유니버스를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과 견주는 책이 있습니다. 문화철학자이자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 김광식이 집필한 ‘BTS와 철학하기(저자 김광식)’입니다. 

 

저자 김광식은 데리다, 롤스, 하버마스, 주디스 버틀러 등 현대 철학이 강조하는 자유의 정신을 BTS의 노래 가사에서 발견하고 전합니다. 자유의 유혹과 방황을 다룬 ‘피 땀 눈물’에서는 니체의 초인 철학을 읽어냅니다. 특히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혼돈을 지녀야 한다”는 니체의 말로 마무리됩니다. 또, 허황된 욕망을 비판하는 ‘등골 브레이커’에서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흐름을 ‘시뮬라시옹’이라고 지적한 보드리야르 철학을 찾아냅니다. 

 

이처럼 덕질은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지친 일상에 행복을 전해주고, 올바른 인생관을 확립하는 데 힘을 행사하고, 철학을 사유할 기회도 줍니다. 어떤 것이든 괜찮습니다. 지금보다 행복해지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이제 여러분도 덕통사고 당할 만반의 준비를 해봅시다. 덕통사고는 언제 우리에게 닥칠지 모르니까요. 

 

 

[도서정보]

도서명: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

저자: 이소담

출판: 앤의서재. 212쪽. 1만4천5백원. 2021.07.12.

  

[도서정보]

도서명: 아무튼, 아이돌

저자: 윤혜은

출판: 제철소. 224쪽. 1만 2천원. 2021.09.27.

 

[도서정보]

도서명: BTS와 철학하기

저자: 김광식

출판: 김영사. 288쪽. 1만5천8백원. 2021.11.29.

 

[북라이브=김이슬 기자]

북라이브 /
김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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