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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호스피스 의사가 배운 죽음의 진정한 의미,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그가 마주한 환자들은 삻의 마지막에서 소중한 것들을 위해 다시 빛을 내고 있었다

김정연 기자 | 기사입력 2021/12/27 [11:43]

[북리뷰] 호스피스 의사가 배운 죽음의 진정한 의미,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그가 마주한 환자들은 삻의 마지막에서 소중한 것들을 위해 다시 빛을 내고 있었다

김정연 기자 | 입력 : 2021/12/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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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저자 레이첼 클라크)′ 표지  © 사진=김정연 기자


어릴 때마다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할 때면 △차가운 청진기 △주사 △쓴 가루약 등의 이유로 괜히 투정을 부렸다. 성인이 된 지금도 병원은 그렇게 달가운 장소가 아닌 것은 마찬가지다. 아픈 건 둘째치더라도 병원비 부담 등 현실적인 문제가 더 무섭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책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저자 레이첼 클라크)′를 접한 뒤, 어릴 적 다녔던 한 병원이 떠올랐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이 운영하던 오래된 소아과였는데, 따뜻한 물이나 이온 음료를 많이 먹이라며 항상 주사나 약은 최소한으로 처방받았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의 말대로 하면 신기하게 약을 먹지 않고도 감기는 금세 나았고, 그 이후로는 아플 때 병원에 가는 걸 크게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현재 그 병원은 없어진 지 한참 지나, 그 자리에는 이미 다른 가게가 들어선 지 오래다. 하지만 아직도 그 앞을 지날 때면 무뚝뚝했지만, 어린아이가 가진 병원의 무서움을 한 줌 덜어줬던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이 생각난다.

 

이번 책에는 영국의 공중 보건 의사이자 완화 의료 전문가이기도 한 저자 레이첼 클라크가 의사가 되기까지 지나온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호스피스 병동의 의사인 동시에 한 가정의 평범한 딸로서 아버지를 병으로 떠나보낸 날들의 기록을 진실되고 따스한 문체로 전하고 있다.

 

저자의 아버지는 지역 보건의로 동네에서 작은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였다. 그는 아픈 주민들의 상황을 하나하나 다 꿰고 있을 정도로 친밀하고 사려 깊은 태도로 그들을 보살폈다. 어릴 적부터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자란 저자는 그를 진심으로 존경했고, 때로 의사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치나 경제에 대한 관심도 많아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은 마음도 강했다. 결국 저자는 진로를 의사와 저널리스트 사이에서 후자로 결정했다. 이후 그는 정치사회의 문제점을 꼬집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저널리스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그러던 중 사회의 이면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장장 몇 달에 걸쳐 취재하고, 그 안타까운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내려 매달리는 자기 모습에 문득 깊은 회의를 느끼게 된다. 심지어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내고 나면 온몸의 힘이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우울감과 무력감에 짓눌려 힘들어했다.

 

그때, 가장 든든한 존재인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이 너무 좋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하며, 그동안 마음속으로 품어온 의사라는 또 하나의 꿈을 이야기한다. 이에 저자의 아버지는 응원의 말을 건네며, 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었다. 이후 저자는 의과대학에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된다.

 

현재 우리는 12년 동안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대학 입학, 이를 마치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물론 이것들이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삶을 위한 준비의 일부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정해진 레일에 맞춰 달려야 하는, 마치 장거리 마라톤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안정적인 직업에 안주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항상 스스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탐구했으며 그를 이루기 위해 다시 출발점에 섰다는 점에서 말이다.

 

누군가는 스물여덟의 나이에 대학교에 다시 입학한 그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책을 통해 비춰진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기 위해 누구보다 당당하고, 성실하게 노력해온 그의 모습을 보면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다.

 

저자는 아파하는 사람들을 아버지와 같은 따뜻한 마음으로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의학계에 발을 들였고, 이를 항상 되새기며 그토록 어려운 공부를 해나갔다. 또 수많은 환자를 마주하며 실전에서의 경험도 열정적으로 쌓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 복잡하고 열악한 의료환경은 피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되기도 했다. 결국 아파하는 환자의 말에 집중하기보다, 말단 의사로서 선배 의사의 지시나 정해져 있는 냉혹한 지침만을 따라야 하는 날들도 지나와야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타인을 살리고 위로하기 위해 시작한 스스로의 목표에 의구심을 가졌다. 그럼에도 주변 좋은 열정과 배려를 지닌 동료 의사, 간호사들, 그리고 아버지의 응원을 받으며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의사가 된 이후에도 자궁 관련 질병으로 수술대에 올라 환자가 되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시어머니를 떠나보내기도 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대개 무섭거나, 피해야 할 존재로 여겨지는 ′죽음′이 오히려 환자와 그의 가족 모두에게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순간이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질병이 아니라 환자를 중심으로 하는 ′완화 의료′가 이뤄지는 곳, 즉 호스피스 병동에 자원해 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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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만난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와 그의 가족들은 소중한, 그리고 사랑하는 서로의 존재를 위해 후회없는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결코 나약하기만 한 모습이 아니다.  © 사진=김정연 기자

 

이번 책에는 오랜 기간 의사 생활을 해온 저자가 느끼고 배워온 감정들뿐만 아니라, △죽음을 앞두고 지난 80년간 숨겨온 성 정체성을 고백한 아서 △호스피스 병동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식을 치른 뒤 세상을 떠난 엘리 △덤덤한 태도로 평소 즐겨하던 ′브리지 게임′을 하고 떠난 도로시 등 의미 있는 기억을 남긴 수많은 환자와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호스피스 병동은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해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호스피스 의사로서 그가 마주한 병동의 환자들에게서 오히려 인생을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된다.

 

2017년, 저자 레이첼 클라크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스승이었던 아버지를 병으로 떠나보낸다. 병은 극심한 아픔을 가져다주었지만, 그럼에도 그의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것을 하나, 둘 해나갔고 결국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서 행복한 마지막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첫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부터 죽어 간다. 시간은 가차 없이 흘러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나날은 모두 헛되거나, 아니면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매 순간이 소중하다.

-책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중에서

 

책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에서 저자는 ′살아감′과 ′죽어감′을 결코 반대의 의미로 여기지 않는다. 아무리 죽음을 앞둔 시한부 환자라도 그 또한 여전히 생명이 이어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의미 없는 과잉 치료보다 환자와 그 가족이 죽음에 대해 충분한 인지한 뒤 편한 상태로 생을 마감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죽음이 어둡고 피하고만 싶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죽음은 모든 생명체가 겪어야 할 필연, 그리고 길었던 인생을 마무리하는 소중한 순간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동안 가져온 죽음이라는 존재에 대해 작아지기만 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대신, 담담하고 편안하게 그를 맞이하는 연습을 해야 함을 깨닫는다.

 

[도서정보]

도서명: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지은이: 레이첼 클라크(Rachel Clarke)

옮긴이: 박미경

출판: 메이븐, 376쪽, 1만6천8백원, 2021.10.4.

 

[북라이브=김정연 기자]

북라이브/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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