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이 ‘오남용’되는 현실을 꼬집다

‘규율 권력’을 위한 수단 등으로 마음챙김을 내세우는 현실을 비판하는 책, ‘마음챙김의 배신’

백진호 기자 | 기사입력 2021/01/05 [07:49]

마음챙김이 ‘오남용’되는 현실을 꼬집다

‘규율 권력’을 위한 수단 등으로 마음챙김을 내세우는 현실을 비판하는 책, ‘마음챙김의 배신’

백진호 기자 | 입력 : 2021/01/05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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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은 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스트레스와 피로에 찌든 현대인은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 시도 중 하나가 바로 ‘명상’이며, 명상 중에서도 ‘마음챙김’(Mindfulness)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음챙김은 ‘지금 여기’의 매 순간에 집중하고 알아차림으로써 깨달음에 이르는 불교 명상법이다. 미국 메사추세츠대학교의 존 카밧진 박사가 스트레스 감소와 고통 완화를 위한 힐링 프로그램으로 도입하면서 서구 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틱낫한 등 유명 승려와의 친분, 오프라 윈프리 등의 지지, 여러 신경과학자들의 승인 덕분에 마음챙김은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서 생산성 향상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또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관련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며 주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코로나 블루’ 예방 및 치료법으로 쓰이고 있기도 하다.

 

현재 마음챙김은 전 세계에서 전폭적인 지지와 호평을 받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마음챙김이 오남용되는 현실을 지적하는 책이 출간된다. 바로 로널드 퍼서가 집필한 ‘마음챙김의 배신’이다.

 

퍼서 교수는 마음챙김이 소승불교의 ‘위빠사나’(통찰 명상) 전통에서 유래했지만, 상업화된 마음챙김은 불교의 전통과 맥락‧윤리는 지워 버린 채 명상 기술만 받아들였다고 비판한다. 또 불교의 권위와 전통이 필요할 때에만 달라이 라마, 틱낫한과의 인연을 이용해 불교를 끌어 들이려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맥마인드풀니스’(McMindfulness)라는 용어를 쓰면서, 현재의 마음챙김 유행이 맥도날드의 성장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존 카밧진 박사는 불교 수련에 토대를 둔 마음챙김을 종교색이 없는 세속적인 영성으로 상품화했다. 카밧진 박사는 현대인의 스트레스에 주목했고, 스트레스에 찌든 미국인들에게 제공할 상품을 개발했다. 이것이 바로 마음챙김의 대표 상품이자 마음챙김 유행에 기여한 ‘MBSR’(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다. 저자는 이 프로그램의 체계와 내용이 맥도날드의 빅맥처럼 전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맥도날드가 체인점을 늘리고 메뉴를 개발하는 것처럼, 마음챙김은 기업‧학교‧정부‧군대 등의 새로운 시장을 포착한다고 주장한다. 이후 여러 형태로 이뤄진 ‘마음챙김에 기반한 개입’을 개발해 그 과학적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확장을 시도한다고 지적한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애플 등의 기업들은 마음챙김을 적극 받아 들이고 있고, 집중력 향상과 업무 효율 증진 등을 위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마음챙김은 기업 외에 학교, 군대, 정치 등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마음챙김에 기초해 개인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집단의 생산력을 증대시키려는 행위는 미셀 푸코가 말하는 “자기의 테크놀로지techniques of the self”로, 순식간에 순종적인 개인을 배양하는 ‘규율 권력’이 된다. 규율 권력은 신자유주의의 주체로서 자아를 형성하게 만드는 권력 행사 방식이다.

 

결국, 마음챙김은 자본주의의 잘못된 구조로 인해 만들어진 스트레스를 개인의 문제로 바꿔 버리며, 이를 통해 자본주의의 폐단에 면죄부를 준다. 이와 동시에 마음챙김은 자본주의에 편입되어 일종의 ‘산업’으로서 경제적인 이득을 누린다. 개인의 정신적 경험으로 축소된 마음챙김은 자본주의의 잘못된 구조를 강화하며, 개인의 스트레스를 영구화한다. 이에 저자는 마음챙김이 개인의 경험적 문제로 회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이와 같은 경험을 만들어낸 원인과 상황을 알아차리고 근본적인 구조의 문제를 직시하는 ‘사회적 마음챙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의 저자인 로널드 퍼서는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교 경영학 교수이자 불교 신자다. 그는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맥마인드풀니스를 넘어서’(Beyond McMindfulness)를 통해 마음챙김 비판의 물꼬를 텄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마음챙김 자체를 비판하지 않는다. 마음챙김을 오남용하는 현실을 지적 및 비판하면서 대안을 제시한다. 그래서 이 책은 마음챙김을 실제로 하고 있거나 할 생각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마음챙김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싶은 사람 등에게도 적합하다.

 

[도서정보]

도서명: 마음챙김의 배신-명상은 어떻게 새로운 자본주의 영성이 되었는가?

지은이: 로널드 퍼서(서민아 옮김)

출판: 필로소픽, 320쪽, 1만7천5백원, 2021.01.11.

 

[북라이브=백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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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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