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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어원은] 아껴야 잘 살지! ‘자린고비’의 어원

‘자린고비’의 어원과 일화

김영호 기자 | 기사입력 2021/11/11 [11:39]

[너의 어원은] 아껴야 잘 살지! ‘자린고비’의 어원

‘자린고비’의 어원과 일화

김영호 기자 | 입력 : 2021/11/1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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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린고비’는 어디서 나온 말일까?  © 사진=김영호 기자


인생사 공수래공수거라는 말이 있다. 인생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떠나간다는 말이다. 재물이란 이처럼 집착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재물에 집착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살면서 자신의 재물만 악착같이 챙기고 아끼는 사람들을 만날 뿐이다.

 

우리는 지독하게 자신의 것을 아끼는 사람에게 ‘자린고비 같다’라고 말하고는 한다. 사전상 자린고비는 ‘다라울 정도로 인색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자린고비’에는 이미 그 사람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다.

 

‘자린고비’라는 말은 상당히 재미있다. ‘자린’이라는 말은 우리말이 틀림없는데, ‘고비(考妣)’라는 한자어가 포함되어 있다. ‘자린고비’는 어쩌다 ‘자린고비’라는 형태가 되고 지금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게 되었을까.

 

‘자린고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충청도 충주 지역에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재물을 많이 모았지만, 인색하기 짝이 없는 구두쇠였다. 

 

옛날, 제사를 지낼 때는 지방 종이를 태웠다. 이 씨는 어찌나 인색했는지, 자기 부모 제사를 지낼 때 쓰는 지방 종이가 아까워 이 지방을 기름에 절여 두고두고 쓸 정도였다. 부모의 제사일 경우에는 고비(考妣)라고 적힌 지방을 쓰게 되는데, 이 지방을 기름에 절였다 하여 ‘절인 고비’라 했으며 이것이 변하여 ‘자린고비’가 되었다. (조항범, 새국어생활 제15권 제3호)

 

하지만 ‘기름에 절인’ 고비가 ‘자린’ 고비로 변하는 것을 유추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충주 결은 고비’라는 말이 변하여 ‘자린 고비’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결은’은 ‘겯-’의 활용형인데, ‘기름 따위가 흠씬 배다’라는 뜻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충주 결은 고비’라는 말이 등재되어 있으며, 위와 같은 일화가 실려있다. 이로 미루어 보아 ‘충주 결은 고비’라는 말이 ‘충주 자린고비’로 바뀌었고, ‘충주’가 생략된 ‘자린고비’가 널리 사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어원은 한 늙은이가 재물을 지독하게 아껴 ‘자인고(資仁考)’라고 부르다가, 그가 죽은 뒤 인심을 베풀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그의 묘소에 ‘자인고비(資仁考碑)’라는 비석을 세웠다는 이야기도 있다.

 

자린고비는 하나의 이야기 형식이 되어 ‘사소한 것을 극단적으로 아끼는 인물’의 이야기로 전승되었다. 옛날 한 부인이 생선을 사러 가서는 이것저것 손으로 만져만 보고 집으로 돌아와 생선 만진 손을 솥에 씻어 국을 끓였다. 이를 들은 남편은 “우물에 가서 손을 씻었으면 온 동네 사람이 국을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아까워한다.

 

이처럼 ‘자린고비’ 이야기는 예로부터 사소한 것마저 극단적으로 아끼는 인물의 특성을 과장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부자가 되는 방법이나 부자가 된 뒤의 선행을 중심으로 전승되기도 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고비(高蜚) 이야기’다.

 

옛날 ‘고비’라는 부자가 살았다. 어느 날 한 사람이 찾아와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하였다. 고비는 그를 데리고 숲속에 가서 소나무에 올라가게 하였다. 그러고는 나뭇가지를 잡고 몸을 늘어뜨린 다음 한 손만으로 지탱하라고 하였다. 그가 힘들어하자 고비는 재물 지키기를 그 손이 나뭇가지를 잡고 있는 것같이 하라고 알려준다. (한국민속문학사전, 자린고비)

 

이처럼 ‘자린고비’의 ‘고비’를 ‘고비(高蜚)’라는 실존 인물로 보기도 하고, 옛날 비석을 뜻하는 ‘고비(古碑)’로 보기도 한다. 무엇이 더 적절하냐에 대해서는 학자들도 의견이 갈린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날이 점점 추워진다. 자기 재물을 아끼면 자신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린고비’처럼 생각하는 것을 벗어나 주변 이웃들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북라이브=김영호 기자]

북라이브 /
김영호 기자
zerofive@confa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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