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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스토리를 갈구하는 이 시대의 작가 필독서, ‘퓰리처 글쓰기 수업’

실화를 재구성해 스토리텔링 공식에 맞춰 소설처럼, 영화처럼 쓰는 논픽션 작법

이덕범 기자 | 기사입력 2021/12/29 [11:10]

[북리뷰] 스토리를 갈구하는 이 시대의 작가 필독서, ‘퓰리처 글쓰기 수업’

실화를 재구성해 스토리텔링 공식에 맞춰 소설처럼, 영화처럼 쓰는 논픽션 작법

이덕범 기자 | 입력 : 2021/12/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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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글쓰기 수업’(저자 잭 하트) 책 표지.   ©사진=이덕범 기자

 

‘소설가 E.M. 포스터는 ‘“왕이 죽고, 왕비가 죽었다”가 내러티브, “왕이 죽자 왕비가 비탄에 빠져 죽었다”가 플롯’이라고 했다.’ 이러한 내러티브와 플롯의 결합이 곧 스토리다. 순차적으로 일어난 사건에 작가의 구성력이 더해지면 그게 바로 스토리텔링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스토리는 세상을 흔들기도 하고 누군가의 인생을 뒤바꾸기도 한다. 사람은 팩트(fact)보다는 스토리(story)에 근거해 상황과 사건을 판단한다. 

 

“스토리텔링의 활용 폭이 이토록 넓은 이유는 이야기가 인간의 보편적 필요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하나의 행위가 어떻게 다음 행위로 이어지는지 보여줌으로써 혼란스러운 세계를 이해하는 틀을 제공하며, 누군가가 어떻게 삶의 고비를 넘었는지 알려줌으로써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퓰리처 글쓰기 수업’(저자 잭 하트)은 퓰리처상 심사위원이자 170년 전통의 잡지 ‘오레고니언’에서 25년간 편집장을 맡았으며 현재 글쓰기 코치로 활동하는 언론인의 논픽션 작법 안내서다. 논픽션은 픽션(fiction ‧허구)이 아니라는 뜻이며 즉 소설이 아닌 사실 기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엄선된 언론 기사 혹은 작품 예시문을 활용해 논픽션 글쓰기의 여러 공식과 비법을 전수해 준다. 적재적소에 예시문을 제시함으로써 독자에게 읽는 그 자체의 재미를 준다.

 

저자는 ‘스토리는 공감을 일으키는 인물이 뜻하지 않게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나 그에 굴하지 않고 맞서 돌파구를 찾으려 할 때 발생하는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논픽션 스토리텔링 교본 ‘스토리 쓰기’(Writing for Story)에서 스토리의 정의를 인용한다. 스토리의 주요 등장인물은 일련의 행위를 하고, 작가가 이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플롯이 만들어지며, ‘스토리를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국면’으로서 플롯 전환점이 발생한다. 스토리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인공을 중심에 둬야 한다. 시련을 거쳐 해결로 이어나가야 한다.

 

논픽션 작가에게 문장을 다듬는 것보다 스토리 구조를 잘 짜는 것이 우선이다. 문장력은 떨어지더라도 흡인력 있는 스토리의 작품은 대중적 성공을 거둔다. 노련하고 유능한 작가는 문장력보다는 스토리 구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들은 작품을 쓰기에 앞서 스토리 구조를 시각화해서 도식, 포물선, 설계도를 그린다.

 

내러티브 포물선은 발단(설명)-상승(발전)-위기-절정(해결)-하강(대단원)의 5단 구성이다. 작가는 작품 발단 단계에서 인물을 정의하고 배경을 노출한다. 상승 단계의 포물선상에 다수의 플롯 전환점들을 배치한다. 플롯 전환점은 위기 단계에 몇 차례 이어지다 내러티브 포물선의 최고점을 찍으며, 이후 절정 단계의 해결을 거쳐 매우 빠른 하강을 이루어 작품을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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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퓰리처 글쓰기 수업’(저자 잭 하트) 책 목차.  © 사진=이덕범 기자

 

저자는 시점, 목소리와 스타일, 캐릭터, 장면, 액션, 대화, 주제까지 작법에 대해서 설명한다. 작가는 스토리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인물을 고르며 작가의 카메라를 놓을 위치를 정해야 한다. 카메라를 항공촬영하듯이 접근할 것인지, 바로 옆에 두고 따라다니는 듯이 밀착 취재할지에 따라 객관화하거나 주관화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추상화 사다리라고 일컬으며 작품을 쓸 때 작가의 의도에 맞게 이 추상화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스토리를 풀어나가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인물, 사건, 장면’이 중심축을 이루는 내러티브에서, 인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중심이 되는 인물은 입체적 인물이고 욕망이 커야 좋은데, 욕망의 크기만큼 반대와 장애물에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갈등과 스토리가 다채롭고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스토리 속 인물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실패 후 재기하든 독자는 그 안에서 교훈을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도록 작가는 작품을 설계하고 구성하고 독자를 안내해야 한다. 

 

“세상에 스토리는 두세 가지가 전부다. 이 두세 가지가 마치 처음 있는 이야기인 양 치열하게 되풀이될 뿐이다.”라는 저자의 인용문처럼 사람들에게 먹히는 이야기에는 공식이 있다. 그 공식에 충실하도록 스토리 내러티브, 해설 내러티브, 그 밖의 내러티브 등 스토리텔링을 위한 실질적 방법과 기법에 대해 안내한다.

 

마지막 장 ‘윤리의식’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저자의 노련함이 묻어난다. 그는 팩트와 각색,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 실재했는지 증명할 방법이 없는 순간에 대한 묘사, 인용과 전달, 대화체에 대하여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 적정선과 지켜야 할 선을 제시한다. 이야기에 거짓을 섞기 시작하면 더 이상 그것을 논픽션이라고 할 수 없게 된다. 공개 방식과 범위에 대한 취재원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과 사회에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양심이 부딪힐 수도 있다. 누군가의 회고나 불확실한 진술에 대해 과연 그것이 맞는지 무수히 검증해야 한다.

 

“내가 이제까지 논픽션 내러티브에 대해 깨달은 게 있다면 스토리텔링은 리얼리티와 도덕성을 최선을 다해 지킬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 윤리적으로 취재를 하고 글을 써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진실의 힘에 있다.” 

 

책을 제법 읽어왔다고 자부하는 독자에게, 글을 제법 써봤다는 보통의 일상 기록자들에게 국내 서점에도 도서관에도 없는 논픽션이라는 분류, 거기에 작법 공식이 가득한 논픽션 글쓰기는 생소할 수 있다. 영상으로 비유하면 논픽션은 '지어낸 이야기'의 영화가 아닌 여러 연출 기법과 스토리텔링 공식이 받쳐진 '잘 짜인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보면 될까. 잘 짜인 구성과 예시문만으로도 독자에게 생소함을 넘어 읽는 재미를 주고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퓰리처 글쓰기 수업'은 내용과 흥미성을 두루 갖춘 명작이다.

 

세상에 그냥 쓰인 명작은 없다. ‘그냥 해봤더니 대중에게 먹히더라’ 하는 작품은 없다. 명작의 이면에 잘 짜인 구성, 독자를 흥미진진하게 하는 매력 넘치는 전개, 인간 본성이 원하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치밀한 계산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책 ‘퓰리처 글쓰기 수업’은 바로 글의 세계에 발을 들인 모두에게 ‘뾰족한 수’이자 일생의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도서정보]

도서명: 퓰리처 글쓰기 수업

지은이: 잭 하트

옮긴이: 정세라

출판: 현대지성, 480쪽, 1만 9천9백 원, 2021.11.5.

 

[북라이브=이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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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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